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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트레킹 ㅡ 서재용 시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여름 트레킹



시인 滿厚/서재용





이글거리는 태양
쉴 곳 없어 화가 났나?
강물에 비친 얼굴
세찬 물줄기 적신다.

한여름 강가 거닐며
하늘땅 향해 두 팔 벌릴 제
양털 구름 하늘 수놓으니
풀꽃들꽃 덩달아 싱글벙글

두물머리 강물 따라
구름도 쉬어가는
운길산 흰구름
지친 기색 역력하니

저 멀리 예봉산 자락
솔바람 내어주네
시나브로 뉘엿뉘엿
저무는 서녘노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서재용 시인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활력을 통해 인생을 관조하는 시인이다. 그가 살아온 삶은 늘 자연과 함께하며, 자연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평화를 시어로 표현하는 일관된 특성이 있다.

특히 그의 작품에서는 계절의 변화와 자연 풍경을 인간의 삶에 비추어 섬세하고 정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삶의 철학이 '자연과의 조화,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삶의 의미'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이 시 ‘여름 트레킹’ 역시 그러한 시인의 삶과 철학을 담고 있으며, 여름 자연의 생동감을 섬세하게 표현하여 독자에게 따뜻한 감성과 평온함을 준다.

첫 번째 연에서 “이글거리는 태양 / 쉴 곳 없어 화가 났나?”라는 표현은 뜨거운 태양빛을 의인화하여 여름의 정취를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동시에 쉴 곳 없는 태양은 현대인의 바쁘고 지친 삶을 은유하기도 한다.
두 번째 행의 "강물에 비친 얼굴"은 태양빛이 강물에 비치어 반짝이는 모습을 표현하며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교차시키고 있다. 이는 곧 강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삶 또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어지는 "세찬 물줄기 적신다"는 여름날의 강한 생명력과 활기를 드러내면서 동시에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적셔주는 자연의 치유적인 역할을 강조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한여름 강가 거닐며 / 하늘땅 향해 두 팔 벌릴 제”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한여름의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모습을 그리며,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해방감과 삶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시어를 통해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삶의 기쁨이 잘 드러난다.
“양털 구름 하늘 수놓으니 / 풀꽃들꽃 덩달아 싱글벙글”에서는 구름을 양털에 비유해 부드럽고 평화로운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이 구름의 모습은 인간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며, 하늘을 바라볼 때 느껴지는 휴식과 여유를 선사한다. 또한 풀꽃들과 들꽃들이 ‘싱글벙글’한다는 표현은 시적 화자가 느끼는 감정을 생생하게 전하며,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화자의 긍정적인 감정을 조화롭게 표현한다.

세 번째 연에서는 “두물머리 강물 따라 / 구름도 쉬어가는”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자연의 흐름을 따르는 인간의 모습을 그리고 있으며, 지친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는 순간을 그린다. ‘두물머리’는 물이 만나는 곳으로, 두 강이 만나 흐르는 자연의 경계를 나타낸다. 이러한 두물머리에서 구름마저도 쉰다는 표현은 자연이 지닌 포용력과 모든 생명을 감싸 안는 따뜻함을 드러낸다.

“운길산 흰구름 / 지친 기색 역력하니”에서는
구름이 흰색으로 묘사되어 시각적인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지친 기색이 나타난 구름을 통해 시인이 느끼는 일상의 피로와 자연 속에서의 회복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네 번째 연에서는 “저 멀리 예봉산 자락 / 솔바람 내어주네”라는 시구가 나온다. 예봉산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은 시원함과 신선함을 선사하며, 자연이 주는 위안과 평화를 상징한다. 이 바람은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해 주고, 화자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힐링의 요소로 작용한다.
“시나브로 뉘엿뉘엿 / 저무는 서녘노을...”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저무는 노을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곧 인생의 시간과 자연의 시간이 하나 되어 흘러가는 모습을 그리며, 서서히 저물어가는 하루의 끝이 시적으로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다.

이 시는 한여름의 생동감과 풍요로움을 표현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여유와 평화를 잘 나타내고 있다. 서재용 시인은 자연의 이미지를 단순히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과 삶의 조화를 깊이 있게 그려내며, 이를 통해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상기시킨다. 뜨거운 태양과 강, 하늘과 구름, 예봉산과 솔바람 등 시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전체적으로 흐름이 자연스럽고 일관성이 있다. 또한 각 연마다 자연의 다른 모습을 그리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며, 시인이 자연 속에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독자에게 전한다.

이 시의 핵심은 자연과의 교감이다. 화자는 여름의 자연 풍경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순간순간을 즐기는 법을 배운다. 그 과정에서 자연은 치유와 위로를 제공하고, 지친 일상 속에서도 삶의 희망과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시인이 담아낸 여름 풍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화자와 교감하고 대화하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연을 다시금 바라보고, 그 속에서 삶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요컨대' 여름 트레킹'은 여름날의 생동감과 평화를 조화롭게 그리며, 자연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자연 속에서 쉼과 회복, 그리고 새로운 활력을 찾는 이 시는 무더운 여름날에 우리에게 잔잔한 위로와 따뜻한 감동을 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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