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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단상 ㅡ 강순구 시인

강순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추석단상


시인 강순구



단풍 옷 곱게 입은
내 고향 젓돌 마실
새벽의 공기 가르며
아침 깨우는 닭소리
들판의 황금물결은
내 마음의 안식처


주님의 사랑 담은
휘영청 만월 보며
자식을 가득 품고
기도하는 어머니


지그시 날 바라보며
미소 짓는 형제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강순구 시인은 고향과 가족, 그리고 자연을 주된 소재로 삼아 시를 쓰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에서는 주님의 사랑과 어머니의 기도, 형제간의 따뜻한 정서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러한 삶의 배경과 작가의 심리적 공간이 시 전반에 녹아들어 있어, 독자는 시인의 삶과 사상을 함께 엿볼 수 있다.
특히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본질적인 사랑과 안식을 노래한다. 그의 시에는 단순한 언어로 일상과 감성을 포착하는 힘이 있으며,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단풍 옷 곱게 입은, "은

가을의 고즈넉한 풍경을 그린다. 붉고 노란 단풍은 시각적 이미지를 강화하며, 화자가 바라보는 고향의 아름다움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곱게 입은'이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애정은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풍경을 부드럽게 묘사한다. 이는 시적 화자의 삶의 원천이자 생명의 충만함을 상징한다.

"내 고향 젓돌 마실, "에서는

고향의 정경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젓돌 마실'은 어린 시절의 추억과 현재의 고향이 겹쳐진 공간으로, 단순한 배경 묘사를 넘어 시적 화자의 정체성과 근원을 드러내는 장소다. 이 고향에서의 삶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작가의 영혼과 일치하는 편안함을 제공한다.

"새벽의 공기 가르며, "는

아침의 신선함과 활력을 느끼게 한다. '공기 가르다'라는 표현은 생동감 있는 움직임을 암시하며, 이른 새벽의 고요한 정적과 더불어 자연의 깨끗한 기운이 전달된다. 이 새벽의 이미지 속에는 하루를 열어가는 희망과 생명의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아침 깨우는 닭소리, "는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닭의 울음소리를 통해 삶의 활력을 전한다. 닭소리는 고요함을 깨뜨리며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신호로서, 고향의 소박한 일상이 느껴진다. 이는 도시의 번잡함과는 대조되는 고향의 평화로운 시간성을 강조하며,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드러낸다.

"들판의 황금물결은, "은

풍성한 가을 들판을 묘사한다. '황금물결'은 익어가는 벼의 풍요로움을 표현하는데, 이는 고향이 주는 안정감과 안식처로서의 역할을 암시한다. 들판의 풍요는 자연의 선물이며, 이는 작가가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나타낸다.

"내 마음의 안식처, "는

고향과 자연이 화자에게 주는 정서적 안정감과 편안함을 나타낸다. 그에게 고향은 단순한 지리적 공간을 넘어 정신적 쉼터이며, 세상의 복잡함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신을 되찾게 해주는 곳이다. 이는 작가가 고향을 삶의 중심으로 두는 이유를 보여준다.

"주님의 사랑 담은, "은

작가의 종교적 신앙을 드러낸다. 주님의 사랑은 시적 화자의 삶에 깊게 깃들어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가족과 고향, 자연에 대한 사랑을 확장한다. 종교적 사랑은 인간 사랑과 조화되며, 시에 영적인 차원을 부여한다.

"휘영청 만월 보며, "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영적인 의미를 더한다. '휘영청 만월'은 밝고 환한 보름달을 의미하며, 이는 화자의 마음을 밝히는 동시에 그에게 위안과 희망을 준다. 만월은 완전함과 충만함의 상징으로, 그 속에서 작가는 주님의 사랑을 발견하고자 한다.

"자식을 가득 품고, "는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과 자애로움을 그린다. 자식을 품는 어머니의 모습은 화자의 삶의 뿌리를 나타내며,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따뜻한 가족애와 보살핌의 이미지다. 어머니의 품은 작가에게 가장 큰 위로와 안정감을 주는 곳으로, 그의 정신적 안식처로 작용한다.

"기도하는 어머니, "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를 나타낸다. 자식의 안위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에서 어머니의 헌신과 사랑이 드러나며, 이는 작가가 추구하는 사랑의 본질이다. 기도하는 어머니는 화자의 삶에 깊은 울림을 주며, 그를 위한 보호자이자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한다.

"지그시 날 바라보며, "는

화자를 향한 가족의 따뜻한 시선을 담고 있다. 여기서 '지그시'라는 표현은 애정 어린 눈길을 뜻하며, 그 시선 속에 담긴 가족의 사랑과 이해는 작가에게 안정과 평화를 준다. 이 시선은 시적 화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된다.

"미소 짓는 형제들, "은

가족 간의 화목함과 정을 나타낸다. 형제들이 미소 짓는 모습에서 가족 간의 애정과 지지가 드러나며, 이는 작가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족 관계를 표현한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형제들의 모습은 작가의 삶의 근간이자 이상이다.

시의 전체적인 감성은 편안하고 따뜻하며, 자연과 가족의 사랑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시의 이미지들은 섬세하고 풍성하며, 독자에게 눈앞에 그려지는 듯한 생생한 장면을 전달한다. 이 모든 이미지와 감성은 작가의 삶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가 중요시하는 자연과 가족, 사랑에 대한 철학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표현상의 특징은 직설적이면서도 부드럽고 따스하며, 일상의 소재를 통해 인생의 본질을 말한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주제의식은 사랑과 평화, 안식과 위로로 요약될 수 있다.

이 시는 고향과 가족,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노래하며, 독자에게도 잔잔한 감동과 함께 삶의 따뜻한 위로를 준다. 중첩되지 않은 간결하고 명료한 언어로 자연과 삶을 노래하는 작가의 필체는, 독자에게 다가가 소소하지만 중요한 삶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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