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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종기 시인의 '우화의 강'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마종기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우화의 강




시인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이면 그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겠지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과 친하고 싶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마종기 작가는 의사이자 시인으로서, 평생을 통해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따뜻한 시선으로 작품을 써 왔다.
그는 의학적 경험을 바탕으로 생명의 경이로움과 인간관계의 미묘한 결을 시로 녹여내는 능력이 탁월하며, 그의 시에서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과 우정의 소중함이 담담하면서도 따뜻하게 표현된다. '우화의 강'에서도 이런 그의 특성이 잘 드러나고 있으며, 삶의 본질적인 측면에 대한 진중한 사색과 따뜻한 공감이 돋보인다.
이 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함께 만들어내는 관계의 물길을 강물에 비유하여 묘사한다.

첫 연에서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라는 구절은 만남과 교류의 시작을 의미한다. 사람 사이에 생겨나는 관계의 흐름을 물길로 은유하여 간결하고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관계는 처음에는 어색하고 낯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며 깊어지는 모습을 물길의 흐름으로 나타낸다. 특히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는 표현은 두 사람의 감정이 하나로 이어져 있는 강의 소통성을 잘 보여준다. 먼 거리에 있더라도 마음이 이어져 있다는 진한 우정과 사랑의 모습을 담았다.

둘째 연은 관계의 발전에 따른 물길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은 관계의 초기 단계에서의 서툰 소통과 노력을 나타낸다. 그러나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라는 구절에서는 오랜 세월의 정성과 노력으로 쌓인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쉽게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아름다운 강물처럼 깊고 오래된 관계의 가치를 역설한다. 여기서 "유장한 정성"은 관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신뢰, 인내를 상징한다.

셋째 연에서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는 말이 필요 없는 깊은 관계의 경지를 말한다. 물살이 서로를 알아듣는 것은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의미하며, 이러한 관계는 오랜 시간 만나지 않아도 그 깊이를 잃지 않는다.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라는 구절은 관계의 의미를 더욱 강조한다. 단순히 흐르는 것 같지만, 그 흐름에는 의미와 역사가 깃들어 있음을 알리는 부분이다. 이는 우정과 사랑의 관계가 일시적이지 않으며,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는 가치 있는 것임을 상기시킨다.

넷째 연에서 시인은 “큰 강의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이라고 말하며 관계의 영원성과 미지성을 노래한다. 강물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은, 관계의 경계와 흐름 또한 인간이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 흐름이 깨끗하고 순수하며 서로에게 맑은 물길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시인은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라고 하여 진실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사람과의 관계를 추구하는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마지막 연은 깊은 우정과 사랑에 대한 희망과 열망을 표현한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이라는 구절에서,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보호, 그리고 상대를 생각할 때 마치 맑고 청명한 강물이 보이는 것처럼, 관계의 순수함과 신선함을 갈망하는 마음이 나타난다.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관계, 즉 서로를 돌보고 신뢰하며 맑은 물길을 함께 나누는 사람을 찾고자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관계의 의미와 가치를 강물의 흐름에 빗대어 묘사하고 있다. '우화의 강'에서 "우화"는 날개를 의미하며, 이는 관계가 삶에 날개를 달아주는 자유로움과 경쾌함을 암시한다. 시인은 삶의 한 부분으로서의 인간관계, 특히 그중에서도 진실한 우정과 사랑을 담담하면서도 깊은 서정으로 그려냈다. 표현의 간결함과 상징적인 강물의 이미지를 통해 시적 감성을 불어넣고 있으며, 관계의 시작, 발전, 성숙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아름다운 언어로 전달하고 있다.

요컨대, 마종기의 ‘우화의 강’은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인연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맑은 물길을 은유적으로 사용하여 우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노래하였으며,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에 대한 인식을 강조하였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간결하면서도 상징적인 어휘 사용, 흐름의 부드러움, 그리고 강물의 이미지를 통한 관계의 깊이와 순수함의 강조가 돋보인다. 또한 주제의식은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진정한 우정의 가치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시는 독자에게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며, 맑고 고운 사람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자 하는 마음을 일깨워준다.







존경하는 마종기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이 글을 통해 시인님께 처음 인사를 올립니다. 먼저, 오랜 시간 동안 좋은 시로 우리 삶에 위로와 영감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인님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 안에 담긴 맑고 깊은 감성이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전하고 싶어 이렇게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특히, ‘우화의 강’을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시인이 묘사한 강물의 이미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람 사이의 만남과 교류, 우정과 사랑의 깊이는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만난다는 것, 그 만남이 서로의 인생에 어떠한 물길을 내고 또 이어진다는 것은, 삶의 흐름 속에서 매우 소중하고 아름다운 일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시인님께서는 이 중요한 가치를 시로서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려내셨고, 저는 그 표현 속에서 오랜 여운을 느끼며 시를 음미하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라는 첫 구절에서부터, 시인님의 따뜻한 시선이 그대로 전해져 왔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새롭게 트이는 물길, 그 물길을 통해 서로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함께 성장해 나가는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진솔한 표현이었습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수많은 만남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소중한 인연의 가치를 맑은 강물에 비유하여 담담하게 풀어내는 시인의 따뜻한 마음과 예리한 통찰에 다시 한번 감동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물길이 처음에는 짧고 어색하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서로의 물이 섞이고, 하나의 유장한 강을 이루게 된다는 표현도 인상 깊었습니다. 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관계, 말이 필요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때로는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관계야말로 누구나 꿈꾸고 소망하는 이상적인 우정과 사랑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 관계를 시인님께서는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담백하면서도 선명한 묘사는 시인이 가진 관계에 대한 생각과 그 깊이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았습니다.

또한 '우화의 강'은 시인님이 추구하는 삶의 태도와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맑고 고운 물길을 통해 교류하는 관계를 추구하며, 시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고 싶은 시인님의 마음이 시를 통해 저에게도 전해졌습니다.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라는 구절에서 느껴지는 그 간절한 바람과 솔직한 마음은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인님의 작품을 읽으며 한 가지 더 감사드리고 싶은 것은, 관계의 복잡함과 깊이를 강물의 이미지로 간결하고도 선명하게 표현해 주신 점입니다. 시를 읽는 동안 복잡한 감정이 해소되고, 오히려 마음이 맑아지고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이 가지는 흐름과 투명함, 그리고 생명을 불어넣는 역할이 마치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와 너무나도 닮아 있어서, 시인의 비유와 표현이 그 어느 때보다 저에게 깊은 공감을 주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마치 맑은 샘물과도 같아, 시를 읽는 이들에게 맑고 깨끗한 마음의 숨결을 불어넣어 주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복잡하고 때로는 어지럽게 느껴지지만,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관계의 소중함, 삶의 의미,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사랑과 우정을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특히, 시인님이 추구하시는 정서와 삶의 태도는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순수함과 진실성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로 느껴져, 독자로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삶 속에서 만나는 인연에 대해, 그리고 그 인연 속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시로 표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마음은 저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자들에게도 큰 위로와 영감을 주고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시인님께서 그려내시는 시 세계가 앞으로도 변함없이 맑고 깊게 흐르기를 바라며, 그 강물에 제가 함께 머무를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시인님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며, 앞으로도 많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의 마음에 맑은 물길을 이어주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좋은 시로 우리에게 맑은 영혼과 삶의 깨달음을 전해주셔서 감사드리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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