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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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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시인 김영남




누가 쓴 편지일까?
거미가 소인을 찍고
능금나무가 저렇게 예쁜 우표를 붙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김영남 시인은 1957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였다. 그의 시적 세계는 경제적 학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지 모르나, 그의 시에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인간 본성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배어 있다.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서 당선된 이후로 그는 꾸준히 시집을 발표해 왔으며, <정동진역>, <모슬포 사랑>과 같은 작품에서 시적 감수성을 표현해 왔다. 김영남 시인의 시적 특징은 일상적인 자연 풍경과 그 속에 담긴 소소한 아름다움을 예리하게 포착하면서도, 그 안에 담긴 인간적 고뇌와 희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데 있다.

"누가 쓴 편지일까?"

이 첫 번째 행은 시 전체의 중심 주제인 '자연이 보낸 메시지'를 암시한다. 편지라는 이미지는 독자에게 무언가 전달하려는 의도를 함축하는데, 이는 곧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누가'라는 의문문 형식은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자연의 힘과 신비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김영남 시인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과 자연 간의 소통 가능성을 제시하며 철학적 사유를 이끌어낸다.

"거미가 소인을 찍고"

거미라는 이미지는 복잡한 그물과 연관되며, 이는 자연의 질서와 구조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소인'이라는 단어는 보통 우편에 사용되는 도장이나 표시를 뜻하는데, 이는 거미가 자연의 질서를 확립하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기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행은 자연의 섬세함과 그 속에서 인간이 깨닫지 못하는 작은 움직임조차도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영남 시인은 자연의 미세한 움직임에서조차 아름다움과 질서를 발견하며, 이를 인간과 자연의 연결고리로 삼는다.

"능금나무가 저렇게 예쁜 우표를 붙인."

능금나무는 가을의 상징적 이미지로, 자연이 변화하는 계절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우표'는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로,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에 필요한 아름다운 도장이다. '예쁜'이라는 형용사는 단순히 외형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자연이 가진 순수함과 그 속에 담긴 따뜻한 감정을 상징한다. 김영남 시인은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작고 사소한 것들이야말로 인생의 진리를 함축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중요한 점은 감성적인 요소와 이미지의 섬세함이다. 김영남 시인은 자연의 작은 부분을 통해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는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거미와 능금나무 같은 구체적인 자연 이미지를 통해 인간과 자연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며, 이 과정에서 감정적 공감이 자연스럽게 이끌어진다.

시인의 가치철학과 시의 유기적 흐름

김영남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서 인간이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는 점을 강조한다. 자연이 보내는 '편지'는 그 자체로 인간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는 인간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시의 흐름은 첫 행에서의 질문으로 시작하여, 마지막 행에서 그 답을 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찾게 되는 유기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의 거대한 질서를 형성한다는 시인의 철학적 사유를 반영한다.

김영남 시인의 <가을 하늘>은 자연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것들이 인간에게 큰 의미를 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시다.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소통 가능성을 강조하며, 자연의 섬세한 질서 속에서 인간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표현한다. 시의 각 행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철학적 의미를 다각도로 탐구하며, 독자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동시에 제공한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김영남 시인은 독자에게 자연 속에서 삶의 본질을 찾도록 이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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