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머리카락이 나왔어요

김왕식







머리카락이 나왔어요



김왕식




식당이나 집에서의 식사는 사람들이 기쁨과 함께 모여 어울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때로는 이 테이블 위에서 우리는 작은 불편함에 직면하곤 한다. 특히 음식 속에 이물질이 나올 때, 그 순간 우리는 자신의 가치관과 성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곤 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물질을 발견하면 분노로 빨간 눈을 뜨고, 주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호소한다.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두고, 미래의 무기로 삼는다. 음식점 주인은 사과와 보상으로 그 분노를 가라앉히려 애쓴다.
한편으로는 조용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사려 깊게 이물질을 꺼내 휴지에 싸 주머니에 넣는다. 음식을 다 먹은 후, 주인과 눈이 마주칠 때 미안한 미소로 사정을 전한다.

이 중에,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평생을 교육에 바친 노장, 이분은 퇴임한 후에도 여전히 세상과 사람에게 가르침을 주고 있다. 어느 날, 초대받아 친구 집에서 식사를 하던 중, 이분은 자신의 음식에 머리카락을 발견한다. 그 긴 머리카락은 입안에서 어딘지 찾아낼 수 없을 정도로 얽혀 있었다.

이 순간, 그의 마음은 한순간 흔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주저 없이 그 머리카락을 삼켰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친구 부부가 바로 앞에 앉아 있었고, 그들이 미안해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그는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작은 행동 속에는 큰 인격이 담겨 있다. 이 사람은 그 순간 자신의 불편함을 뒤로하고, 타인의 감정을 우선시했다. 그의 이 행동은 그가 얼마나
넓은 아량을 가지고 있고, 작은 일에 큰 사랑을 담을 줄 아는 사람인지를 말해준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내 마음속에는 그만한 너그러움과 배려가 있는가?

이것이 바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덕목이다. 작은 일에 큰 인격을 담아내는 것. 그리고 그런 인격이 모여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어간다.
우리는 삶 속에서 작은 선택들을 만나게 된다. 그 선택들이 모여 우리의 인격을 만들어간다.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의 작은 결정들에 달려있다.
테이블 위에서 먹는 음식은 몸을 먹여주지만, 그 테이블 위에서 보이는 행동과 선택은 우리의 마음을 먹여준다.





풍성한 상 차린 테이블 위에,
사람들 웃음과 얘기가 피어나네,
한 입 물어봤더니, 오! 무얼 발견한가,
음식 속에 숨어있는 머리카락, 나의 입 안에.

소란스러운 분노가 끓어오르는데,
소리치며 주인을 불러볼까,
아니면 조용히 은근히 꺼내 볼까,
마음속의 극장이 열리는데.

하지만 한 분, 노여움을 삼켰네,
머리카락도 그대로 삼켰네,
친구들의 미안함에 시달리는 걸,
가슴으로 느끼고 싶지 않았네.

오, 머리카락 한 올이 얼마나 무겁던지,
세상의 무게를 느끼는 듯 한 지,
그러나 그분의 가슴은 더 무거워,
다른 이의 근심을 짊어지려 함이지.

풍성한 상 차린 테이블 위에,
작은 머리카락에 무게를 느끼네,
그 속에 담긴은 사랑과 배려,
우리의 인간성을 비춰주네.

머리카락 한 올, 얼마나 작은 것인가,
그러나 그 안에 무한한 의미가 숨어있네,
우리의 선택, 우리의 행동,
인간의 큰 가치를 만드는 것들이지.

테이블 위, 그 작은 공간 속에서,
너와 나는 무언가를 배울 수 있네,
사랑과 배려로 가득한 마음으로,
세상을 따뜻한 곳으로 만드는 법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봄과 가을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