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1. 2024
풀씨는 천하태평
시인 한연희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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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는 천하태평
시인 한연희
풀씨가 여물어 간다
마음 깊어지면
싹이 틀 기세다
할 말 못 할 말
가득한 풀씨가
누렇게 떴다
거두어 줄 이 없지만
초원 달릴 미래
보증서 있는 것처럼
조급할 일 없고
추수할 일 없어
풀씨는 천하태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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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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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시인은 자연과 인생을 무심하게 흐르는 대로 두는 태도로 삶을 바라보며,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 인생의 큰 의미를 발견하는 능력을 지닌 시인이다.
그가 다루는 소재는 작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깊이는 크다. 이 시 '풀씨는 천하태평'에서도 풀씨라는 평범한 존재를 통해 무욕과 순리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풀씨가 여물어 간다’는 무심히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풀씨의 모습을 통해 삶의 진정한 여유와 인내를 그린다. ‘마음 깊어지면 싹이 틀 기세다’는 성장과 성숙에 대한 비유로, 깊이 있는 마음이 열매를 맺기 위해 기다리는 과정이 아름다움을 지닌다는 것을 상징한다.
‘할 말 못 할 말 가득한 풀씨가 누렇게 떴다’에서는 작지만 충만한 생명력과 그것을 외면하는 현실을 암시하며, 풀씨의 작고 연약한 모습을 통해 세상의 무관심과 이와 반비례하는 생명의 끈질김을 나타낸다.
‘거두어 줄 이 없지만 초원 달릴 미래 보증서 있는 것처럼’은 풀씨가 언젠가 풍성하게 자라 초원을 덮을 것이라는 희망과 자기 확신을 내포한다.
거두는 이가 없어도 자기 존재의 당당함을 보여주며, 자족적 존재임을 나타낸다.
‘조급할 일 없고 추수할 일 없어 풀씨는 천하태평이다’는 풀씨의 무사태평함을 통해 조급함 없이 자연의 순리에 맡기는 삶의 철학을 표현한다.
결과나 성취에 연연하지 않고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시인의 태도가 드러나며, 이는 작고 약한 풀씨로써 모든 과정에 임하는 인내와 여유를 상징한다.
요컨대, 한연희의 시는 무심한 듯 따뜻하게 흐르며 소박한 풀씨의 존재에 삶의 철학적 깊이를 담아낸다.
이 시에서 시인은 풀씨라는 작고 소외된 존재를 통해 인내와 자연스러운 삶의 이치를 노래하며, 그 안에서 생명력과 자기 확신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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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시 '풀씨는 천하태평'을 읽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시 속에서 풀씨가 보여주는 그 천진한 태평함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철학이 마음에 잔잔히 울려 퍼집니다. 풀씨라는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가 누군가의 시선 밖에서조차 스스로의 존재를 고요하게 지켜가며, 조급함이나 두려움 없이 천하태평하게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세상에선 많은 사람들이 속도와 성공을 지향하며 조급하게 살아갑니다. 성과를 내지 않으면 마치 삶의 의미가 퇴색되는 듯한 분위기 속에서 저는 때로 갈피를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풀씨처럼 겸허하게 살아가는 길이 얼마나 단단하고 아름다운지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풀씨는 아무도 거두어 주지 않아도 초원 위에 자신의 존재를 펼칠 것을 확신하며, 미래를 조급하게 바라보지 않고도 스스로 당당함을 지닙니다. 이 단순한 풀씨의 모습 속에 많은 것을 의지하고 성취에 집착하는 저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또한 풀씨의 '천하태평'이라는 단어가 이 시의 정수를 이룬다고 느꼈습니다. 천하태평, 이보다 더 순리적이고 자연스러운 삶의 철학이 있을까요? 풀씨의 무사태평함이 오히려 힘들고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교훈과 위로를 주는 것 같습니다. 풀씨가 보여주는 무심한 듯한 강인함, 그 안에 흐르는 생명의 고요한 울림은 저를 돌아보게 만들고, 스스로의 길을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시를 통해 풀씨의 존재처럼 겉으론 보잘것없고 미약해 보일지라도, 그 안에는 자기 나름의 당당한 자존과 생명력이 담겨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시인님께서 풀씨라는 작고도 소중한 존재를 빌려 전해 주신 이 철학과 교훈은 앞으로 저의 삶에서 천천히, 그러나 깊이 스며들어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조급함을 떨치고 천하태평하게 기다릴 줄 아는 인내를 배우고 싶습니다.
작은 풀씨에게서 배운 이 여유로운 삶의 가치가 저의 마음속에 자리 잡게 해 주신 시인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풀씨와 같은 작은 존재가 우리에게 주는 큰 깨달음, 그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 주신 시인님의 시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앞으로도 풀씨처럼 자신만의 깊이를 담은 시들이 세상에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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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매일 아침마다 잡초와 씨름하는 이웃집 아주머니입니다. 오늘도 풀씨 하나하나를 뽑아내느라 허리를 펴기도 힘든 하루였어요.
그런데 우연히 시인님의 시 '풀씨는 천하태평'을 읽고선 혼자 웃음이 나오더군요. 잡초와 전쟁을 치르는 저와는 다르게 시인님께서는 그 작은 풀씨 하나에도 애정과 시선을 담아 바라보시고,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의미를 찾으시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습니다. 풀씨가 여물어 간다고요? 제게는 그저 뽑아내야 할 대상일 뿐이었는데, 시인님께서는 그 풀씨의 ‘천하태평’함을 사랑스러운 눈으로 보시는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시를 읽고 나서 제 처지가 서글퍼졌습니다. 잡초들이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어쩔 줄 몰라 뽑아내기 바빴던 저와, 그 작은 풀씨의 여유와 자연스러움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인님을 비교하면서요. 시인님의 시 속에서는 모든 것이 순리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한 고요함이 묻어나는데, 제 일상은 그와는 너무나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잡초가 자라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것들을 뽑아내지 못하면 마음이 답답해지곤 해요. 풀씨 하나도 그대로 놔두지 못하고 치열하게 쳐다보며 뽑아내는 제 모습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잡초를 뽑는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에요. 때로는 제 삶 속 쓸데없는 걱정거리들이 바로 그 잡초들처럼 나도 모르게 자라나는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는 그 걱정거리를 뽑아내려고 애쓰는데, 자꾸만 다시 자라나고, 뽑을수록 더 무성해지는 것 같아 지치곤 합니다.
풀씨가 스스로 여물어가는 것을 보고 천하태평함을 느끼시는 시인님과 달리, 저는 매일 무언가를 없애야만 직성이 풀리는 그런 마음으로 사는 듯합니다. 그래서 시인님이 바라보는 그 '풀씨의 천하태평'이 너무나 낯설고, 때로는 부럽기까지 합니다.
제가 가진 걱정들이 꼭 이 잡초들처럼 삶의 어느 한구석에선 자라나고 있지만, 어쩌면 시인님의 말씀처럼 그것들 역시 때로는 그냥 두고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조급하지 않고, 여물어갈 때까지 기다려주는 마음. 저도 그런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요?
삶이 늘 복잡하고 바쁜 가운데에서 그저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잡초와 전쟁을 벌이며 살아온 제 일상이 시인님의 시를 통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비치는 것 같아 마음이 새로워졌습니다. 풀씨가 가진 천하태평함을 담은 시인님의 시처럼 저도 조급함 없이 마음을 내려놓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물론 여전히 잡초들은 뽑아내야겠지만, 시인님의 시를 통해 풀씨를 바라보는 제 마음도 조금은 더 여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귀한 시 속 마음가짐을 깨닫게 해 주신 시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풀씨처럼 작은 것들에 마음을 기울이는 시인님의 시를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