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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1. 2024

억새풀에게  ㅡ  시인 주광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억새풀에게



                                시인 주광일





덧없이 시들어가는
가을 들판을
새벽을 기다리는 파수꾼처럼
침묵 속에서 줄곧
지키고 있는 억새풀이여

보일 듯 말 듯한
그대의 흔들림을 보며
나는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아쉬워 마라
곧 밤이 와도
밤하늘엔 별빛이
가득할 것이니..."

억새풀이여
마지막까지 의연한
그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사르르
가을이 가는 소리를 듣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은 삶 속에서 자연과 교감하며 생명의 덧없음을 되새긴다. 그의 작품에는 유독 무상한 자연의 한순간을 붙잡아 성찰하는 모습이 드러나는데, 이번 시에서도 억새풀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기다림의 의미를 탐구한다.
시인은 가을 들판의 침묵을 감지하며, 자연의 섬세한 변화를 감상함으로써 존재의 허망함을 포착한다. 억새풀은 그에게 인내와 고독을 상징하며, 시인의 내면세계와 맞닿아 있다.

억새풀을 '가을 들판을 지키는 파수꾼'에 비유한 점이 돋보인다. 시드는 가을 들판에서 홀로 기다림을 수행하는 억새풀의 모습은 덧없는 삶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존재의 의연함을 드러낸다. 이러한 장면은 시인의 고독한 인생 여정과도 겹쳐 보인다.

이어서 보일 듯 말듯한 억새풀의 흔들림을 통해 시인은 바람의 소리를 듣는다. 이는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자연의 속삭임을 감지하고, 억새풀과 바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바람의 속삭임은 '아쉬워 마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그 위로와 안식이 억새풀을 통해 전달된다. 이러한 부분은 삶의 덧없음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시인의 정신을 나타낸다.

억새풀이 의연하게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 끝을 맞이하는 모습은 시인이 고요히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과 맞닿아 있다. 억새풀의 의연함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이며, 시인은 이러한 억새풀을 통해 가을이 가는 소리를 듣는다는 표현을 통해, 삶의 소멸을 차분히 수용하는 자신의 자세를 드러낸다.

주광일 시인의 '억새풀에게'는 자연의 흐름과 생의 무상함을 억새풀을 통해 섬세하게 형상화한 작품이다. 덧없이 스러져가는 억새풀의 모습 속에서 시인은 삶의 본질을 발견하고, 마지막까지 자신을 지켜내는 의연한 자세를 엿본다.
조용히 흐르는 바람과 억새풀의 조화 속에서 시인은 죽음조차도 한결같은 자연의 흐름임을 깨달으며, 이 작품은 그 고요한 순환을 통해 인생의 허무를 감싸 안는 성찰을 전하고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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