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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1. 2024

살아있으니




                    살아있으니



                                  시인 한연희


한 몸인 양 불면의 밤
뒤척이며 지새우는
반갑잖은 친구 있어

어두움 한가득 깔아 놓아
물소리뿐 고요 넘치는
몽환의 냇가

별과 여명黎明이 이어 달리면
물고기는 잠 깨느라 첨벙대고
눈곱 단 새는 밥 짓느라 분주한

해가 두둥실 떠올라
물안개 사라지면 한갓
새싹에 밀리는 삭은 갈대밭

그래, 그런 거야
구태여 후벼 팔 이유는
없는 거지, 살아 있으니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연희 시인은 삶의 흐름 속에서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며, 생명의 경이와 숙연함을 노래하는 시를 통해 자신의 내면을 드러낸다. 그의 시는 인간과 자연이 한 몸인 듯 얽히는 순간을 포착하여, 일상 속에서 생명의 존재감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시인은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와 체념, 그리고 존재 자체가 갖는 무게를 담담히 표현한다.
본 시 '살아있으니' 역시 이러한 삶의 태도를 통해 독자에게 생명의 의미를 묵상하게 한다.
한 몸인 양 불면의 밤을 뒤척이며 지새우는 '반갑잖은 친구'는 시인의 존재와 무의식에 깃든 고독을 암시한다.
 이는 혼자가 아님을 자각하면서도, 고요한 밤의 침묵이 동반하는 고립감을 담고 있다. 이로써 시인은 생명이 지니는 근원적인 외로움을 나타낸다.

‘어두움 한가득 깔아 놓아 물소리뿐 고요 넘치는 몽환의 냇가’는 밤의 정적과 자연의 소리를 담아내며, 시인의 내면 풍경을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어둠 속에서도 생명은 고요히 존재하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때 ‘몽환夢幻'은 시인이 느끼는 혼란과 평온의 이중적 상태를 시사한다.

별과 여명黎明이 이어 달리며 물고기는 첨벙대고 새는 분주하게 활동을 시작하는 장면은 생명의 율동적인 움직임을 묘사한다. 이는 삶이 멈추지 않고 이어지며, 각자의 존재가 제자리에서 유기적으로 엮여 있는 모습을 상징한다. 새벽의 분주함은 시인의 내면에 깃든 활력을 비추는 동시에, 생명의 끊임없는 순환을 표현한다.

해가 떠오르면서 물안개가 사라지고 갈대밭은 새싹에 밀려난다. 이는 낡은 것이 새로운 것에 의해 대체되는 자연의 순리를 보여주며, 시인은 이를 통해 생명의 끝없는 순환과 쇠락을 순응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처럼 시인은 변화와 소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삶의 겸허한 태도를 드러낸다.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은 "구태여 후벼 팔 이유는 없는 거지, 살아 있으니"라며, 생명 그 자체에 대한 무조건적인 긍정과 순응의 자세를 보인다.
이는 삶이 본질적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과 일치한다.
시인은 불필요한 분석이나 집착 없이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이며, 고요한 연민과 함께 생명을 긍정한다.

요컨대, 한연희 시인은 삶을 억지로 해석하거나 가르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생명의 가치를 간결하고 담담하게 표현한다.
그의 시어는 단순하지만 깊은 울림을 주며, 삶의 이치를 자연 속에서 찾아가는 그의 철학이 담겨 있다. '살아있으니'라는 한마디는 생명에 대한 긍정적 태도와 겸허한 수용을 상징하며, 독자로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게 하는 힘을 지닌다.





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작가님의 시 '살아있으니'를 읽으며 마음이 깊은 울림을 받았습니다. 삶을 억지로 설명하거나 무엇인가로 규정하려 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에서 묘한 안도감과 동시에 강한 생명력을 느꼈습니다.
시를 읽는 동안 한밤중에 고요히 흐르는 냇가 옆에서, 불면의 밤을 함께 나누는 '반갑잖은 친구'처럼 나 자신도 그 고요 속에 녹아드는 듯했습니다.

시 속에서 별과 여명이 이어지고, 물고기와 새가 깨어나 분주하게 살아가는 장면은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평범한 듯 보이지만, 자연 속 생명들이 저마다 자기 자리를 찾아 하루를 살아가며 유기적으로 연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구절들이었습니다. 이처럼 일상적인 장면에서 생명의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그 안에서의 연대감을 느끼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분주한 도시 생활 속에서 잊고 지냈던 자연의 리듬과, 그 속에서의 평온함을 되찾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특히 "해가 떠오르고 물안개가 사라지면 한갓 새싹에 밀리는 삭은 갈대밭" 구절은 생명이 새롭게 돋아나는 모습 속에서, 누군가는 소멸하고 다른 생명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자연의 이치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갈대가 밀려나고 새싹이 그 자리를 채우는 장면은 이별과 만남이 이어지는 순환의 법칙을 함축하고 있기에, 한편으로는 쓸쓸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언젠가 나 또한 사라질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알면서도, 이 순간의 살아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구절에서 “구태여 후벼 팔 이유는 없는 거지, 살아 있으니”라는 작가님의 목소리는 묵직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굳이 존재의 의미를 찾아내려 애쓰지 않고도, 단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안도와 위로가 가득한 이 말씀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삶 속에서 때로는 이유 없는 불안감과 자기 성찰에 깊이 빠져들 때가 많지만, 이 시는 그런 저에게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사는 법을 배우게 해 준 것 같습니다.

작가님께서 생명의 본질을 담담하게 풀어내신 이 시는 독자로 하여금 복잡한 생각을 내려놓고 삶을 긍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작품입니다.
'살아있으니'라는 단순한 사실을 이렇게도 깊이 있게 전해주신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작가님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은 시를 기대하겠습니다.
늘 평안하고 따뜻한 날들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한연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긴 병고로 인해 밤잠을 이루기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는 독자입니다. 그런 저에게 작가님의 시 ‘살아있으니’는 가슴 깊이 다가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밤마다 찾아오는 고독과 고통 속에서 이 시를 읽으며, 고요하고도 어두운 냇가를 떠올렸습니다.
 불면의 밤을 뒤척이며 함께하는 ‘반갑잖은 친구’라는 표현이 어쩌면 저의 모습 같기도 해서, 마치 저를 위로하는 다정한 손길처럼 느껴졌습니다.

병을 앓으며 저는 때로는 나약함과 무력감에 빠져들곤 합니다. 그런데 시 속에서 별과 여명이 이어지는 새벽 장면, 물고기가 잠에서 깨어 첨벙대고 새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을 통해 묘사된 생명의 흐름을 읽으며, 그 무기력감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병마에 시달리는 나날 속에서도, 여전히 저는 살아있고, 저만의 리듬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살아 있음’이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고, 살아있기에 느끼는 이 고통조차도 언젠가는 저에게 하나의 기억이 될 거라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해가 두둥실 떠올라 물안개 사라지면 한갓 새싹에 밀리는 삭은 갈대밭"이라는 구절은 저에게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소멸하고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는 자연의 이치를 담담하게 표현한 이 문장 속에서, 저 역시 자연의 일부임을 느꼈습니다. 병마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있는 저 자신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이 순간을 살아내는 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밀려나는 갈대처럼 언젠가 저도 사라질 수밖에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이 주는 진정한 선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 구절, "구태여 후벼 팔 이유는 없는 거지, 살아 있으니"라는 문장은 제게 특별한 힘이 되었습니다. 괴로움 속에서 무언가를 애써 의미 부여하려 하고, 고통의 이유를 찾으려 했던 저에게 이 문장은 생명 그 자체에 대한 긍정과 순응의 자세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지금 나의 상태가 좋지 않고 때로는 고통스러울지라도, 그것이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임을 받아들이고, 더 이상 이유를 찾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있음만으로 충분하다는 이 단순한 진리가 제 마음을 위로해 주었고, 앞으로의 나날을 받아들이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작가님께서 저처럼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전해주신 이 시의 울림은, 한낮의 따스한 햇볕처럼 제게 스며들어 잔잔한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무엇도 바랄 필요 없이, 그저 살아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하다는 깨달음이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저와 같은 이들에게 생명의 의미를 돌아보게 해 주시는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작가님의 시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리라 믿습니다.
건강과 평안이 가득한 날들이 함께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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