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2. 2024
휘어진 감나무 ㅡ 시인 안봉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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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어진 감나무
시인 안봉근
푸른 봄 가시나무에 가려 존재조차 드러내지 않더니
혹독한 여름 검푸른 잎에 묻혀 어느새 그 자취조차 잊혔네
가을이 와 황금빛으로 물들며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감나무
된서리가 내리던 날
구부러진 가지마다
귤빛 감을 가득 안고 있네
누구를 위해 그 모진 여름을 견뎠을까
삶의 모든 것을 내어주려
굽어진 허리
어머니의 모습 닮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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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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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근 시인은 유수 그룹 간부직에서 은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소박하고 자연 친화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의 삶은 시골의 작은 집에서 텃밭을 일구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삶이다.
이러한 검박한 생활은 그의 시에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으며, 시 휘어진 감나무는 그가 인생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담아낸 작품이다. 이 시는 세속의 화려함을 넘어 인간의 희생과 헌신을 자연에 비유하며, 특히 감나무의 굽어진 허리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상징하고 있다.
첫 행은 봄의 감나무가 가시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여기서 감나무는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겸손하게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삶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묵묵히 존재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두 번째 행에서는 여름의 무성한 잎이 감나무를 덮어 존재조차 희미하게 만드는 모습을 묘사하며, 이는 세상의 무심함 속에서 소외된 존재들을 비유한다.
가을이 와서야 드러나는 감나무의 모습은 오랜 인내 끝에 결실을 맺는 삶의 경이로움을 상징한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감나무는 희생과 인내의 가치가 마침내 빛을 발하게 되는 순간을 표현하며, 된서리가 내리면서도 구부러진 가지마다 열매를 안고 있는 모습은 끝까지 자신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헌신적 사랑을 닮았다.
"누구를 위해 그 모진 여름을 견뎠을까"라는 구절은 감나무의 인내와 헌신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 존재함을 암시하며, 이는 삶을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이들의 모습과 일치한다. 굽어진 허리를 통해 어머니의 사랑을 연상시키며, 감나무의 모습은 곧 어머니의 사랑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감성적으로 자연의 이미지와 인간의 삶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감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라, 삶의 가치와 헌신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표현되며, 안봉근 시인의 검박한 삶의 철학을 반영하고 있다.
시인은 소박한 감나무를 통해 어머니와 같은 사랑의 숭고함을 노래하며, 세상의 무심함 속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찾으려는 깊은 통찰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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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근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시인님의 휘어진 감나무를 읽고 감동이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들어, 이렇게 감히 펜을 들게 되었습니다. 시 속에서 한 그루의 감나무가 계절의 흐름 속에 서서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모습은 단순히 자연의 한 장면이 아니라, 인생의 깊은 진리를 담은 교훈으로 다가왔습니다. 시인님께서 그리신 그 감나무는 마치 우리 주변에서 조용히 살아가며 자신의 모든 것을 주는 이들의 모습과 같아서, 제 마음에도 고요한 울림을 남겼습니다.
봄과 여름의 푸르름 속에 감춰져 있던 감나무가, 가을이 와서야 황금빛 열매를 맺고 모습을 드러낸다는 표현은 우리 삶의 묵묵한 기다림과도 닮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을 갈고닦으며 살아갑니다. 그런 이들이 자신의 존재를 굳이 드러내지 않고,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인내하는 모습은 삶의 가치를 더욱 깊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시인님께서도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하는 검박한 삶을 살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한 삶이 얼마나 고요하면서도 충만한지, 시인님의 글을 통해 느껴집니다.
여름의 검푸른 잎에 묻혀 보이지 않던 감나무가, 황금빛 가을에 이르러 마침내 귤빛 감을 가득 안고 선 모습을 묘사한 부분에서는, 오랜 기다림 끝에 결실을 맺는 삶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느끼게 해 주셨습니다. 인내와 견딤의 가치를 깨달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세상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침묵하며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에 대한 존경심이 우러났습니다.
또한, "누구를 위해 그 모진 여름을 견뎠을까"라는 구절은 제 마음을 깊이 흔들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때로 아무리 힘든 시련 속에서도 어떤 사랑과 책임감으로 인해 견딜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시인님의 감나무는 마치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굽어진 허리를 떠올리게 하였고, 저 또한 세상을 떠난 제 어머니가 생각나 더욱 먹먹했습니다. 시인님께서는 감나무 한 그루를 통해 얼마나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우리에게 전해 주시는지, 이 한 편의 시가 수많은 사람의 삶과 마음에 스며들어 위로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를 통해 저는 삶의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많은 사람들이 빠르게 살아가며 눈에 보이는 성공을 쫓지만, 시인님께서는 자연의 소박한 삶 속에서 참된 행복과 평온을 찾고 계신 듯합니다. 시인님께서 직접 걸어가고 계신 그 삶이야말로 시 속 감나무와 다르지 않으며,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인님께서 써 내려가신 그 글귀 하나하나가 우리 모두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됩니다.
시인님, 앞으로도 이 감나무처럼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 주시길 바랍니다. 시인님의 시가, 시인님의 삶이 우리가 삶의 본질을 바라보고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해 주리라 믿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서리가 내리는 때에도, 시인님의 마음속 감나무가 늘 푸르름을 잃지 않기를, 시인님의 마음이 언제나 고요한 안식 속에 머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언젠가 시인님과 함께 고향의 그 감나무 아래에서 삶을 나누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이만 글을 맺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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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봉근, 내 오랜 친구여.
자네가 보내준 감나무 사진과 함께 시를 읽으니,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걸어온 삶의 길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네.
그 크고 화려한 자리에 앉아 있을 때도 자네 마음속에는 언제나 소박하고 검박한 삶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었음을 나는 잘 알고 있다네.
자네는 세속적인 성공에 연연하기보다 자연 속에서 인간다움을 찾고자 했고,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고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지.
자네가 태어난 그 작은 마을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기며 자연과 함께 숨 쉬고 있는 자네의 모습은 그야말로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다네.
그동안 누적된 피로와 세속의 무거움을 내려놓고, 마음을 비우며 매일을 정직하게 살아가려는 자네의 결단은 우리 시대가 진정으로 배워야 할 삶의 모습이네. 많은 이들이 자네가 누린 성공만을 부러워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본 자네의 진정한 가치는 그 화려한 성취보다도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 속에서 다시 소박한 삶을 찾아나간 용기와 지혜에 있다네.
우리는 흔히 어떤 위치에 올랐느냐로 사람을 평가하지만, 자네가 보여준 모습은 성공 이후의 선택이 더욱 중요한 것임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네.
자네가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한 지 벌써 몇 년이 지났구나.
과거에 늘 시간에 쫓겨 다니던 자네가 이제는 일상의 작은 변화들에 깊이 감사하고, 사소한 일들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내 마음도 덩달아 푸근해진다네. 고향의 작은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계절의 흐름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는 자네는,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시로 표현하고 있구나.
자네의 시에는 화려함도, 인위적인 수식도 없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삶을 닮은 단순함이 있지만, 그 단순함 속에 깃든 깊이는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것이지.
나는 자네 시를 읽으며 마음이 편안해진다네. 자네가 나에게 보여주는 삶의 자세는 단순히 글자나 언어를 넘어 존재 자체의 울림을 준다네.
자네가 그렇게 삶을 대하는 방식은 어느새 나에게도 큰 가르침이 되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네.
자네가 걸어가는 이 길이 얼마나 힘든 길일지, 때로는 외로운 길일지 나도 어렴풋이 알지만, 그래도 자네가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나아가고 있는 모습이 자랑스럽네.
사람들이 물질과 성공을 좇는 세상 속에서 자네가 오롯이 혼자 고요한 길을 걷는 그 모습은 오늘날의 우리에게 너무도 소중한 영감이 된다네.
앞으로도 변함없이 자네 방식대로 자연과 함께하며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시를 써주길 바라네.
나에게 있어 자네는 친구이자, 선배이자, 인생의 스승 같은 존재라네.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볼 수는 없지만, 자네의 시 한 편이 내 곁에 다가와 언제나 자네의 존재를 느끼게 해 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네.
내 오랜 벗, 안봉근.
자네가 택한 이 길이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네. 자네의 시와 삶이 누군가에게 작지만 큰 울림이 되어 그들의 삶에도 빛을 더해줄 것임을 확신하네.
나 역시 언제나 자네 곁에서 묵묵히 응원할 것이네.
이 편지를 통해 자네가 가고자 하는 길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을 보내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