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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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계 탔다
시인 백영호
새파란 배추 이파리
立秋와 샅바 싸움 끝에
깨끗이 판정패 인정하고
신사임당 여사 얼굴로
잽싸게 갈아입곤
우수수 가을 속으로 잎 떨군다
가을이 곗돈 탔단다!!
갈색 목돈 쏟아지니
사임당 님 도심 가로수로
심산유곡 비탈에서도
낙엽으로 떨어지고...
사람들 원색 차려입고서
신사임당 여사 만나려
가을 속으로 떠났다
유명산은 인산인해
가을은 계 탔다!! 소리쳤고
청산은 밤새 사임당 여사
센다고 날밤을 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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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은 일상 속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사물과 현상을 기발하게 재해석하여 사람들에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능력을 가진 시인이다. 특히 금전과 계절의 이미지를 결합하여 풍요로움과 변화에 대한 감각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독자로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이번 시에서도 그는 가을의 모습을 독창적으로 형상화하여 가을을 소비와 결부된 계절로 묘사하며,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품고 있다.
시의 첫 부분에서 ‘새파란 배추 잎 이파리’는 1만 원권 지폐를 상징한다. 이는 생동감과 신선함을 상징하는 초록색 배추가 가을을 맞이하며 자연스럽게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계절의 순환과 함께 변화하는 일상의 모습을 담았다. 배추 이파리가 ‘立秋와 샅바 싸움 끝에’ 판정패를 인정한다는 표현은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자연의 변화를 수용하는 인간의 모습을 드러낸다.
‘신사임당 여사 얼굴로 잽싸게 갈아입곤’이라는 구절에서 배추가 5만 원권 지폐의 상징인 신사임당의 얼굴로 변모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가을의 상징인 풍요와 결부되어 금전적 가치로 변환되는 계절의 이미지를 유쾌하게 묘사한 것으로, 자연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가을이 되면 자연이 붉은 잎을 떨어뜨리고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전달하는 모습을 ‘우수수 가을 속으로 잎 떨군다’라는 표현으로 극대화하였다.
‘가을이 곗돈 탔단다!’는 가을이 가져다주는 풍성한 수확의 의미를 담아낸 구절로, ‘갈색 목돈 쏟아지니’라는 표현을 통해 가을의 풍요로움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금전과 계절을 연결하여 가을을 계처럼 받는 축적의 계절로서 형상화하며, 도심과 산골에서 낙엽이 떨어지는 장면을 통해 그 상징성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원색 차려입고서 신사임당 여사 만나려 가을 속으로 떠났다’는 장면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표현하였다.
가을의 화려함과 함께 일상 속에서 벗어나려는 욕구가 함축된 구절로, 유명산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가을은 계 탔다!’는 외침을 통해 사람들과 자연이 함께 가을을 즐기는 모습을 그려낸다.
마지막에서 ‘청산은 밤새 사임당 여사 센다고 날밤을 새웠다’는 표현은 가을의 낙엽이 지는 모습을 통하여 자연이 소중한 가치를 담아 사람들에게 전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는 밤새 계절의 변화를 세어보는 청산의 모습 속에서 자연의 끊임없는 순환과 인간의 인식을 담아냈다.
이 시는 금전과 계절의 상징을 통해 풍요와 소비, 그리고 자연의 순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드러내고 있다. 가을을 맞이하는 인간과 자연의 모습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져 있으며, 이를 통해 시인은 현대인의 소비문화와 자연의 변화 속에서 인간의 존재를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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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님께,
김왕식 인사드립니다.
저는 늘 시인님의 작품을 읽으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 '가을이 계 탔다'는 특히 그 천재적인 시심을 다시금 확인하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익숙한 소재를 기발한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그 안에 담긴 사회적 통찰을 유쾌한 표현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시인님의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은 누구에게나 친숙한 풍경을 안겨줍니다. 시인님은 그 계절의 변화와 함께 움직이는 자연의 모습 속에서 현대인의 소비문화를 함께 엮어내셨습니다.
이 시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배추 잎과 신사임당 지폐를 상징으로 활용하여 계절의 변화를 금전적 가치로 형상화한 점입니다. 새파란 배추 잎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와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신사임당의 얼굴로 갈아입는 장면은 정말로 기발합니다. 마치 가을이 시작되면서 자연이 그 속에 담긴 가치를 인간에게 선사하는 듯한 모습이 상상됩니다.
‘가을이 곗돈을 탔다’는 표현은 더욱 빛을 발합니다. 이 구절은 가을이라는 계절을 기다리며 인내한 결과로, 마침내 수확의 계절을 맞이하는 인간의 기쁨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가로수와 심산유곡 비탈에도 떨어지는 낙엽으로 가을의 풍요로움이 표현되며, 마치 가을이 금전적 가치로 쏟아지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사람들은 원색의 옷을 입고 신사임당을 만나러 떠나는 모습을 통해 가을의 풍성함과 자연 속에서 인간의 욕구가 만나는 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냈습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가을을 맞이하며 인간이 소비와 향락을 갈구하는 모습을 묘사한 듯해 인상적입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하는 청산의 모습은 특히나 강렬한 여운을 남깁니다. ‘청산은 밤새 사임당 여사를 센다고 날밤을 새웠다’는 구절에서 자연의 순환 속에 깃든 인내와 성찰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이 지나가면서 자연이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뭇잎 하나하나를 세어보는 듯한 모습은 인간에게 깊은 깨달음을 선사합니다. 시인님께서는 이렇게 단순한 자연의 변화 속에서도 인간의 삶과 욕망, 그리고 성찰의 순간을 이끌어내시는 능력을 발휘하고 계십니다.
시인님의 시는 항상 독창적이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유일무이한 감각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시는 현대인에게 자연과 소비문화의 관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우리의 삶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시를 읽는 내내, 가을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그 속에서 사람들의 모습과 자연의 순환이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생생한 이미지를 남기며 긴 여운을 안겨줍니다.
시인님의 천재적인 시심은 이번 시에서 더욱 빛나며, 앞으로도 시인님께서 들려주실 이야기들이 기다려집니다.
이 글을 통해 시인님께 조금이라도 제 감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시인님께서 그려주시는 아름다운 세계를 계속해서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청람 김왕식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