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8. 2024
박진우 작가의 '기적은'을 문학평론가 청랑 평하다
김왕식
■
기적은
시인 박진우
멈춘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꽃이 아닌,
그저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어둠을 물들이는
작은 빛의 기척.
아침의 입맞춤은
소리 없이 다가와
고요를 깨우고,
깊은숨을 불어넣는다.
기적은 찬란함 속이 아닌
미묘한 변화 속에서
조용히 깨어나는 것.
그렇게 세상은
다시 시작된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박진우 시인의 '기적은'은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에서 발견되는 기적의 본질을 담담한 언어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화려함이나 극적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전통적 기적의 이미지 대신, 소소한 변화와 미묘한 움직임 속에 숨어 있는 생명의 아름다움을 노래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평범함 속에 숨겨진 경이로움을 발견하도록 이끈다.
"멈춘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꽃이 아닌'
시의 첫 구절은 정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흔히 아름다움이나 기적을 상징하는 꽃의 이미지를 부정하면서, 기적은 전형적인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시인의 관점을 드러낸다. 이는 독자들에게 삶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요구하며, 보이지 않는 순간의 깊은 가치를 발견하도록 초대한다.
"그저 창문 너머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창문 너머’는 한정된 시야와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을 상징한다. 이는 기적이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와 연결될 때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부드럽게 스며드는’이라는 표현은 급작스럽지 않고 서서히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변화를 강조하며, 이는 시인의 미의식과 철학적 통찰을 보여준다.
"어둠을 물들이는 작은 빛의 기척"
기적은 어둠을 단번에 밝히는 강렬한 빛이 아니라,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점진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존재로 표현된다. 이는 시인이 추구하는 미의식에서 극적이거나 과장된 아름다움이 아닌, 일상 속에 잔잔히 깃든 생명의 움직임을 중시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아침의 입맞춤은 소리 없이 다가와 고요를 깨우고"
아침의 입맞춤은 시인의 미학적 표현 가운데 가장 중요한 순간이다. 이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자연의 순환 속에서 발생하는 조화와 평화를 상징하며,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기적의 본질로 강조한다. ‘소리 없이’라는 묘사는 기적이 눈에 띄는 사건이 아니라, 일상의 부드러운 움직임으로 자리 잡는 과정임을 드러낸다.
"기적은 찬란함 속이 아닌 미묘한 변화 속에서 조용히 깨어나는 것"
이 구절은 시인의 철학적 관점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 기적은 대단한 사건이나 극적인 변화가 아니라, 우리가 놓치기 쉬운 미세한 순간에서 발견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독자들에게 더 겸손하고 세밀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도록 이끈다
박진우 시인의 '기적은'은 삶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순간들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시는 극적이거나 화려한 미사여구를 지양하고, 간결하고 담백한 언어로 일상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한다. 시인의 미의식은 사소한 움직임 속에서 삶의 본질을 발견하려는 노력에서 빛난다. ‘아침의 입맞춤’이라는 부드러운 이미지는 시인의 철학적 통찰과 미학적 감수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단순한 묘사를 넘어 독자의 내면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의 가치철학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일상의 순간을 존중하고 그것들을 통해 희망과 생명을 발견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점에서 '기적은'은 단순히 아름다운 시를 넘어, 독자들에게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