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그렇게 60년을 절필했다!
아, 선생님, 나의 선생님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3. 2023
"선생님
얼굴에
단풍이 들었어요"
담임 선생님이
자전거를 타시다가
넘어져서 얼굴에 찰과상을 입었다.
당시엔
특별한 약이 없었다.
선생님은
일명 빨간약이라 불리는
'포비돈 요오드'를
몇 군데
발랐다.
소년에겐
단풍잎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담임은
단단히
화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에
상처가 났는데
위로는 못할망정
"단풍이 들었다니!"
소년은
왜
그랬을까?
담임은
왜
그러셨을까?
위로
한 번 해드리지!
칭찬
한 번 해주시지!
"선생님
많이 아프시죠?"
"너
잘했다.
기발하다!
앞으로
글을 써봐라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으니 "
위로는커녕
자기 글만 뽐내려 했다.
칭찬은커녕
혼만 냈다.
복도에 끌려나가
무릎 꿇고
나름대로 쓴 시를
들고
벌 받아야 했다.
벌 받는 와중에도
소년은
또
일을 저질렀다.
창 밖 뒷산에
붉게 물든 단풍을 보고는
'산이 불타고 있다'
라고
끄적였다.
이를
본
선생님,
또
화났다.
반성은 않고
장난친다고
꿀밤 몇 대를 주었다.
그 후
그
소년은
그렇게
60년을 절필했다.
이제사
겨우
어설프게
잡은 펜대인데
다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