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국 교수의 '순례길의 묵상' 김왕식 평하다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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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의 묵상
시인 김상국 교수
순례길은
내 마음을
세탁하는 기도다
늘 나 중심에서
살아온 작은 실수로
인해 느낀 부끄러움이
하나둘씩
기도의 비눗물로 씻어내고
마음속에
내 생각에만 갇혀서
타인을 보지 못한
이기심에 베여있는
못난 옷부터
묵상의 비눗물로 씻어낸다
천년 이상 이어온
순례자들의
신성한 발자국을
따라 걸으면서
내 마음속에
부끄러운 옷,
후회스러운 옷,
신성한 비눗물로
겹겹이 세탁하고 싶다
타인을 위한
순수한 옷보다
나만 생각한
위선의 옷들이
더 많이 쌓여있다
내 속에 잠든
반성 없는 부끄러움을
말끔히 지우기 위해
묵상을 하며,
생각의 깊은
골짜기 속에서
주님의 발자국을 따라,
사랑의 길을 영원히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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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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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국 교수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사소한 인간적 결함을 신앙적 묵상과 순례라는 주제를 통해 치유하려는 시적 철학을 추구한다.
그는 개인의 성찰과 내면의 정화를 순례길에서 이룩하려는 태도를 작품으로 구현하며, 주님의 발자국을 따라가려는 겸손과 사랑의 정신을 작품 전반에 담았다. 이 시는 개인적 부끄러움과 후회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진정한 마음의 세탁이라는 주제의식을 기반으로, 신앙적 깨달음과 실천적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순례길은 / 내 마음을 / 세탁하는 기도다"
순례길을 단순한 여행이 아닌 내적 정화의 과정으로 묘사한다. "세탁"과 "기도"의 결합은 구체적이면서도 상징적인 표현으로, 죄와 결함을 씻어내는 신앙적 의미를 내포한다. 이 첫 연은 시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늘 나 중심에서 / 살아온 작은 실수로 / 인해 느낀 부끄러움이 / 하나둘씩 / 기도의 비눗물로 씻어내고"
자기중심적 삶에서 비롯된 부끄러움과 실수를 고백한다. 이는 모든 인간이 느낄 법한 보편적 정서를 표현하며, "기도의 비눗물"로 정화 과정을 묘사해 신앙적 치유의 이미지를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마음속에 / 내 생각에만 갇혀서 / 타인을 보지 못한 / 이기심에 베여있는 / 못난 옷부터 / 묵상의 비눗물로 씻어낸다"
내면의 이기심을 "못난 옷"으로 형상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자기반성과 함께 타인을 포용하지 못한 삶에 대한 후회로 이어진다. "묵상의 비눗물"은 단순히 반성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깨끗이 정화하려는 적극적 태도를 나타낸다.
"천년 이상 이어온 / 순례자들의 / 신성한 발자국을 / 따라 걸으면서"
순례길의 역사성과 거룩함을 강조하며, 개인의 작은 깨달음이 신앙 공동체와 연결되는 순간을 묘사한다. 이는 개인적 성찰이 더 큰 신성함 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내 마음속에 / 부끄러운 옷, / 후회스러운 옷, / 신성한 비눗물로 / 겹겹이 세탁하고 싶다"
부끄러운 과거를 반복적으로 되새기며 이를 신앙의 비눗물로 깨끗이 씻고자 하는 바람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겹겹이 세탁"이라는 표현은 정화의 절실함과 지속적 노력을 암시한다.
"타인을 위한 / 순수한 옷보다 / 나만 생각한 / 위선의 옷들이 / 더 많이 쌓여있다"
위선의 옷을 벗어내려는 고백은 시적 화자의 자기반성이 가장 선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는 독자들에게도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울림을 준다.
"내 속에 잠든 / 반성 없는 부끄러움을 / 말끔히 지우기 위해 / 묵상을 하며, "
"잠든 부끄러움"은 무의식적으로 쌓인 잘못과 무감각을 의미한다. 이를 지우기 위한 "묵상"은 기도와 사색의 시간을 통해 자기 성찰을 깊게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생각의 깊은 / 골짜기 속에서 / 주님의 발자국을 따라, / 사랑의 길을 영원히 걷고 싶다."
시의 결말에서 화자는 주님의 발자국을 따라 사랑의 길을 걸으려는 의지를 다진다. "깊은 골짜기"는 성찰의 깊이를 상징하며, 이를 통해 신앙적 삶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 시는 단순한 신앙적 고백을 넘어, 개인적 성찰과 정화를 통해 사랑과 겸손의 삶을 추구하려는 강렬한 의지를 담았다. "비눗물"과 "옷"이라는 구체적 이미지의 반복은 시의 감각적 매력을 더하며, 독자들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힘을 부여한다. 시인의 가치 철학은 타인의 시선이 아닌 신의 시선 아래 자신을 비추는 데 있으며, 이를 통해 삶의 진정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으로 귀결된다. 전체적으로 시는 유기적 흐름 속에서 정화, 묵상, 사랑의 단계를 따라 자연스럽게 전개되며, 독자들에게 깊은 영적 울림을 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