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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조용히, 그리고 선명히 새겨진다

김왕식









그리움은 조용히,
그리고 선명히 새겨진다





오늘 아침은 하늘이 맑다.

하늘이 맑으면 바람도 맑아지고, 마음마저 맑아진다. 가을빛 속에서 오래된 기억처럼, 그대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는 노래가 되어 퍼지고, 들꽃이 되어 피어나는 계절.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물들어 떨어질 때마다 내 깊은 마음속에 자리한 그리움도 익어 떨어진다. 떨어지는 잎사귀의 흔적처럼 내 그리움은 조용히 그러나 선명히 새겨진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천천히 걸어오라. 낙엽이 흔들리는 바람 사이로, 그대의 조용한 미소를 닮은 발걸음을 기다린다. 낙엽 빛깔을 닮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누며, 우리가 처음 느꼈던 사랑을 향기로 피워 올리자. 그 향기 속에서 우리의 사랑은 쓴맛마저 달게 변하는 오래된 열매처럼 익어간다.

함께 걸어온 날들은 결코 쉬운 길이 아니었다. 고단한 순간들 속에서도 서로를 위로 삼고,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다. 앞으로 다가올 날들이 불확실하고 약간의 불안함을 품고 있을지라도 우리는 새로움을 기뻐하며 맞이할 것이다. 그 새로움 속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다시금 조용히 웃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은 계절을 닮았다. 잘 익은 가을빛처럼 깊고, 낙엽처럼 가볍다. 그대와 나, 두 사람의 오래된 사랑은 시간 속에서 단단히 뿌리내리고,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처럼 조용히 우리의 마음을 물들인다. 지나온 날들에 감사하며 다가올 날들에 설렘을 더한다. 커피 한 잔 속에서 피어나는 우리의 사랑은 작은 것에서 시작해 커다란 숲을 이루고, 서로에게 따뜻한 그늘이 되어준다.

그대의 조용히 미소 짓는 얼굴이 떠오른다. 가을 숲에서 함께 걸으며 사랑의 이름으로 우리의 마음을 새기자. 낙엽이 지는 이 숲에서, 오래도록 기억될 향기를 남기며.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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