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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시인 백영호
촉촉이 젖어 오는
옥양목 그리움 한 바가지
수정빛 개울물에 헹궈서
햇살 좋은 빨랫줄에 널었다
삼복 볕에
보송보송 말라가는
하이얀 옥양목의 설렘
푸른 하늘 배경으로
깃발처럼 펄럭이는
오후 2시 녘
햇살비는
살 모아 역사를 쏘았고
달빛은
빛 모아 전설을 쌓았는디
싱그런 땀방울 닦으며
현재의 生으로
지난 세월 너들 너들
불효의 누더기 生
한 냥 두 냥
눈물로 갚아 가는 모정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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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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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은 일상의 사소한 풍경 속에서 삶의 철학과 감정의 본질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이다.
그의 시는 흔히 경험하는 풍경과 소재를 통해 독자로 삶의 근원적 의미와 감각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특히 모성애와 인생의 속절없음을 다룬 이번 시에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느껴지는 후회와 감사의 감정을 옥양목과 같은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독자들에게 진솔하면서도 보편적인 감동을 준다.
"촉촉이 젖어 오는 /
옥양목 그리움 한 바가지"
옥양목은 전통적이고 따스한 어머니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촉촉이 젖어'라는 표현은 애틋한 그리움의 감정을 부드럽게 담아내며, '한 바가지'는 단순한 물리적 표현을 넘어 마음속 깊은 그리움의 크기를 상징한다. 이는 시적 화자가 품고 있는 어머니에 대한 회상을 암시한다.
"수정빛 개울물에 헹궈서 /
햇살 좋은 빨랫줄에 널었다"
이 부분은 얼핏 시인 서정주의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라고 표현한 '동천'의 한 구절을 연상케 한다.
깨끗하고 투명한 수정빛 개울물은 어머니의 순수한 사랑과 헌신을 상징한다. 빨랫줄에 널리는 옥양목은 어머니의 사랑이 세상과 연결되어 전달되는 과정처럼 느껴진다.
이 장면은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모습이지만, 그 속에 담긴 어머니의 헌신적 삶을 암시한다.
"삼복 볕에 /
보송보송 말라가는 /
하이얀 옥양목의 설렘"
여름의 강렬한 태양 아래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이 투영된다. '설렘'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노동 속에서도 기쁨과 생명의 에너지가 깃들어 있음을 보여준다.
"푸른 하늘 배경으로 /
깃발처럼 펄럭이는 /
오후 2시 녘"
하늘을 배경으로 한 펄럭이는 옥양목은 자유와 희망, 그리고 어머니의 꿈을 연상시킨다. 시간적 배경인 '오후 2시 녘'은 어머니의 일상이 가장 분주한 때임을 나타내며, 동시에 햇살과 노동의 조화를 이룬 순간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햇살비는 /
살 모아 역사를 쏘았고 /
달빛은 /
빛 모아 전설을 쌓았는디"
햇살과 달빛은 어머니의 삶을 구성하는 시간의 축을 상징한다. 낮에는 역사를, 밤에는 전설을 쌓아 올린다는 표현은 어머니가 자신의 생애를 헌신적으로 가족과 세상을 위해 사용했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다.
"싱그런 땀방울 닦으며 /
현재의 生으로 /
지난 세월 너들 너들"
어머니의 땀방울은 희생과 헌신의 상징이다. 여기서 현재와 과거의 대조는 어머니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무게와 현재의 고단함을 대비적으로 그려낸다.
"불효의 누더기 生/
한 냥 두 냥 /
눈물로 갚아 가는 모정의 그늘"
화자는 자신의 불효를 인정하며, 이를 어머니의 사랑에 비해 초라한 '눈물의 갚음'으로 묘사한다. '누더기 생'은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으로 인해 화자가 느끼는 부끄러움과 후회의 감정을 직설적으로 드러낸다.
시인 백영호의 시는 일상적 소재를 통해 보편적이지만 강렬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옥양목'이라는 소재는 단순히 물리적 대상으로 그치지 않고,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의 상징으로 시의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시인은 자연과 시간의 이미지를 통해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였다.
특히 햇살과 달빛으로 상징되는 시간의 흐름은 어머니의 헌신적 삶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독자에게 모성애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 구절에서 느껴지는 후회와 감사는 단순히 화자의 개인적 감정을 넘어 독자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힘을 지닌다. 이 시는 어머니에 대한 감사와 자신의 지난 행동에 대한 반성을 동시에 담아내며, 누구도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독창적인 시적 감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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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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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님의 작품 ‘어머니’를 접하며, 저는 시어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촉촉이 젖은 옥양목의 그리움, 수정빛 개울물에 헹궈진 사연, 삼복더위 아래 펄럭이는 하얀 설렘의 풍경까지, 시인님의 언어는 단순히 사물의 묘사를 넘어 감정과 의미의 깊이를 새겨놓는 놀라운 도구임을 깨달았습니다. 시어 하나하나가 다듬어진 보석처럼 빛났고, 그 빛이 독자인 제 마음을 관통하며 오래도록 잊지 못할 감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시인의 표현 속에서 가장 강렬하게 다가온 것은 *‘햇살비는 살 모아 역사를 쏘았고, 달빛은 빛 모아 전설을 쌓았다’*는 대목이었습니다. 단순히 낮과 밤을 나누는 언어가 아니라, 어머니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대한 역사의 주체인지를 강렬하게 형상화한 이 구절은 저를 전율케 했습니다. 이러한 표현은 시인님이 가진 언어적 감각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하나의 단어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그 모든 것이 정교한 조각품처럼 시 속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또한, 시인의 시에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정서의 흐름은 독자에게 결코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감동의 물결을 일으킵니다. 옥양목에 담긴 그리움이 개울물에 씻겨 하늘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통해, 저는 제 마음 깊은 곳에 묻어 두었던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죄송함을 다시금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시 속에서 불효의 누더기를 눈물로 갚아가는 장면은 단순히 화자의 고백으로 그치지 않고, 세상의 많은 자식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시인님의 천재적인 시어 발굴과 조탁彫琢은 단순히 아름다운 언어를 찾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언어를 통해 독자의 내면을 울리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인의 작품이 단지 하나의 텍스트로 머무르지 않고, 독자의 삶 속에서 의미로 작용하며 새로운 깨달음을 선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언어의 아름다움을 넘어 인간의 삶과 감정을 꿰뚫는 시를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인님의 작품이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전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건강하시고, 새로운 영감으로 더 많은 걸작을 제시해 주시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