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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엔 박사가 너무 많아요

김왕식











한국엔 박사가 너무 많아요






과거의 한국에서 '박사'라는 말은 지식과 권위를 상징하는 특별한 존재를 의미했다. 학식이 깊고 연구에 몰두해 삶을 바친 이들에게만 허락된 호칭이었기에, 박사라 부르는 것 자체가 존경의 표현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 의미는 변질되었다. 박사는 더 이상 대단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어디를 가나 박사가 넘쳐난다. 박사가 흔해져 버린 것이다.

현대 사회는 높은 학력을 기본 조건처럼 내세우며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무언가를 증명하라고 강요한다. 박사 학위가 없으면 제 몫을 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여겨진다. 학력과 실력의 관계는 점점 흐려지고, 그 자리를 학위의 허울이 대신한다. 그렇게 ‘박사’라는 이름은 자격을 떠나 필수 조건이 되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는 진짜 박사가 아닌 사람도 박사라 불린다. 누군가를 높이거나 겉치레로 호칭할 때 '박사님'이라는 말은 흔히 쓰인다. 심지어 농담조차 섞여 "우리 집 강아지도 박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진정한 전문성과 깊이는 사라지고, '박사'라는 호칭은 남발되고 있다.

이는 곧 지식과 학문의 가벼움을 보여준다. 박사라는 말이 너무 쉽게 사용되면서 그 가치가 무너진 것이다. 과거와 달리, 박사가 많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이름을 불러야만 상대를 인정하는 사회의 허울뿐인 인식이다. 실력이나 진정성보다 '박사'라는 타이틀이 우선시되는 풍토가 씁쓸하다.

현대 한국 사회는 박사의 시대다. 과연 우리는 진정한 박사를 얼마나 만나고 있는가? 깊은 학문적 열정과 통찰력을 가진 이들은 어디에 있는가? 박사라는 이름이 가벼워질수록, 그 허울 뒤에 숨은 공허함은 더 뚜렷해진다. 박사가 흔한 시대에 우리는 진짜 박사의 가치를 잃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때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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