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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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되고 힘들 때
삶이 고되고 힘들 때, 누구나 위로와 휴식을 찾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이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병원 중환자실이나 장례식장을 찾는다는 고백을 한다. 이 행위는 겉보기에 특이하거나 낯설게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삶의 본질을 마주하고자 하는 간절한 갈망이 담겨 있다.
중환자실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가장 가까운 곳이다. 이곳에서는 생명이 연약한 끈으로 이어져 있으며, 하루하루가 기적과도 같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삶의 덧없음을 목격하며, 동시에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을 발견한다. 병실을 둘러싼 긴장과 고요함 속에서, 우리는 삶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깨닫는다. 때로는 자신의 고민과 고통이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기에 중환자실은 우리에게 삶의 본질을 재정립하게 하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장례식장은 또 다른 차원의 성찰을 제공한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애도하며, 사람들은 인생의 유한함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깨닫는다. 죽음을 바라보는 순간, 현재를 살아가는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장례식장은 단순히 슬픔의 공간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묻는 철학적 공간이기도 하다. “내 삶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나는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중환자실과 장례식장을 찾는다는 것은, 삶의 고통 속에서 현실을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가장 본질적인 진실을 마주하겠다는 의지다. 고난 속에서도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용기이기도 하다. 인간은 결국 죽음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현재를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가게 된다. 삶의 무게에 눌려 있을 때, 죽음을 통해 삶을 새롭게 정의하고,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려는 마음가짐이 생긴다.
결국, 중환자실이나 장례식장을 찾는 이들은 삶의 끝에서 느껴지는 고요함 속에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하고자 한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선택일지라도, 우리를 더 나은 삶으로 이끄는 중요한 깨달음의 기회일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