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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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의 곁에 섰을 때
시인 노태숙
내 한 잎 수선화되어 님의 곁에 섰을 때
그 큰 품에 안아주실 님을 생각합니다
떨며 부푼 꿈을 안고
자박자박 님의 가까이 갈 때
숨이 멎을 것 같은 애틋함에 마음 졸입니다
세상 모든 희로애락 부귀영화 다 님의 것일진대,
보혈의 피 값은 타다 남은 장작더미 동강되고
다시 재가됩니다
천만 분의 일이라도 순종하며
백만 분의 일이라도 님을 닮게 하소서
그분도 나를 기다리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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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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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숙 시인의 '님의 곁에 섰을 때'는 인간의 내면적 갈망과 절대적 존재 앞에서의 경외감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시는 단순한 형식 속에서도 깊은 영성과 인간의 본질적 태도를 직조한다.
시적 화자는 자신의 나약함과 부족함을 자각하며, 절대적 사랑과 용서의 품 안으로 다가가기를 갈망한다. 이 갈망은 시인의 신앙적 철학과 연계되며, 삶의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다.
시의 첫 연에서
"내 한 잎 수선화되어"라는 표현은 겸손한 자기 인식을 상징하며, 존재 자체를 낮추어 님의 곁에 서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드러낸다. 수선화는 자신의 연약함 속에서도 님의 크고 따뜻한 품을 상상하며 내적 평안을 기대한다. 이러한 이미지 속에는 시인의 삶을 지탱하는 신앙적 가치를 읽을 수 있다.
중반부로 이어지며 시적 긴장은
"숨이 멎을 것 같은 애틋함"과 "세상 모든 희로애락 부귀영화 다 님의 것일진대"라는 대조적 표현에서 극대화된다. 이는 인간의 유한함과 초월적 존재의 무한함을 극명히 대비하며,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한다. 특히, "보혈의 피 값은 타다 남은 장작더미 동강되고 다시 재가됩니다"라는 구절은 희생의 의미를 강조하며, 시인의 신앙적 철학이 얼마나 깊이 자리 잡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마지막 연에서 시인은
"천만 분의 일이라도 순종하며 백만 분의 일이라도 님을 닮게 하소서"라는 기도로 자신의 염원을 마무리한다. 이 부분은 절대자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시인의 존재론적 자세를 함축하며, 인간 삶의 본질적 목표를 '순종'과 '닮음'으로 규정한다. 동시에 "그분도 나를 기다리시기에"라는 확신은 신앙적 관계에서의 상호성을 암시하며, 시인의 가치철학에 기초한 깊은 위로를 제공한다.
요컨대, 노태숙 시인의 '님의 곁에 섰을 때'는 단순한 언어로 깊은 미의식을 구현한다. 이 시는 인간의 연약함과 영원의 빛나는 사랑을 함께 노래하며, 삶의 방향성과 의미를 새롭게 각성시킨다. 시인은 섬세한 이미지와 절제된 표현으로 독자에게 신앙적 명상을 제안하며, 그 속에 자신의 철학적 가치를 깊이 새겨놓았다.
■ 독자의 편지
노태숙 시인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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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시인님의 시 「님의 곁에 섰을 때」를 읽고 깊은 감동에 사로잡힌 독자입니다. 시를 읽는 내내 제 마음은 겸손과 감사로 가득 차오르며, 님 앞에 선 나 자신을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시 속 화자가 "내 한 잎 수선화되어 님의 곁에 섰을 때"라고 고백하던 순간, 그 겸허함과 절대적 사랑에 대한 갈망이 제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 매일 삶의 고단함 속에서 님을 향한 갈망과 떨림을 경험하지만, 시인님께서 표현하신 "숨이 멎을 것 같은 애틋함"에는 인간의 본질적 연약함과 동시에 믿음의 순수함이 녹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모든 희로애락과 부귀영화를 초월하여 님을 바라보는 그 시선이야말로 진정한 신앙인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보혈의 피 값은 타다 남은 장작더미 동강되고 다시 재가됩니다"라는 구절은 저를 오래도록 멈춰 서게 했습니다. 주님의 희생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우리의 삶 속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다시 타오르는 의미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구절이야말로 믿음의 깊이를 드러내며, 구원의 본질을 가리키는 빛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기도문 같은 절절한 호소는 저의 기도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천만 분의 일이라도 순종하며, 백만 분의 일이라도 님을 닮게 하소서"라는 시인의 고백 속에서 님을 닮으려 애쓰는 인간의 노력이 얼마나 아름답고 가치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믿음의 길은 때로 외롭고 힘들지만, 시인님의 글은 그러한 여정 속에 항상 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심을 다시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시인의 시를 통해 저 또한 제 신앙을 되돌아보고, 주님 앞에서 한층 더 겸손해지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믿음의 길 위에서 만나게 된 시인님의 작품은 제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되었으며,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많은 이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쉼을 얻기를 기도합니다.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드립니다.
주님의 평강과 은혜가 시인님께 늘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님의 말씀을 갈망하며,
멀리 천안에서 한 권사 드립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