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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의 힘

김왕식








경청의 힘





대학 시절이었다.
한참 말에 대한 중요성을 고민하던 때, 교수님과의 대화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수업이 끝난 후, 조심스럽게 교수님께 다가가 물었다.

“교수님, 말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올바르게 쓸 수 있을까요?”

교수님은 잠시 바라보시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좋은 질문이구나. 사람들은 종종 귀보다는 입 때문에 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잊곤 해. 앞에서 하지 못할 말은 뒤에서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네. 특히 뒷말은 가장 나쁜 말이니, 괜히 구두렁거리며 남을 흉보지 말게나.”

고개를 끄덕이며 교수님의 말씀을 경청했다.

“그렇다면 말을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인가요?”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맞네. 말을 독점하면 적이 많아지기 마련이야. 적게 말하고 많이 들어보게. 들으면 들을수록 자네 편이 많아지는 법이니. 그리고 말할 때 흥분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목소리의 톤이 높아질수록 뜻이 왜곡되기 마련이거든. 낮은 목소리가 진정한 힘을 가진다는 건 누구나 아는 일이야.”

조금 더 구체적인 조언이 듣고 싶었다. “교수님, 듣기 좋은 말과 진심 어린 말 중 무엇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까요?”

교수님은 미소를 지으며 말씀하셨다. “귀를 홀리는 말이 아닌, 가슴을 울리는 말을 하게나. 듣기 좋은 말도 좋지만, 마음에 남는 말이 더 오래가거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상대방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하도록 노력하게. 그리고 하기 쉬운 말보다는 알아듣기 쉬운 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게나.”

그 말씀은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또 다른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교수님, 세상은 칭찬보다 험담이 더 빨리 퍼지는 것 같아요.”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셨다. “그럴 수밖에 없지. 칭찬에는 발이 달려 있지만, 험담에는 날개가 달려 있으니까. 자네 말은 반드시 전달된다는 걸 잊지 말게. 그러니 허물은 덮고, 칭찬은 아끼지 않는 것이 좋네. 또, 뻔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해 보게. 마치 디즈니의 이야기처럼 흥미롭고 따뜻하게 말이야.”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비언어적인 표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말뿐만 아니라 표정과 행동도 중요하겠죠?”

교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씀하셨다. “그렇다네. 혀로만 말하지 말고 눈과 표정으로도 이야기하게.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보다 더 큰 힘을 가질 때도 많거든. 특히 입술로 나온 짧은 몇 마디가 누군가의 가슴에 평생 동안 남을 수도 있어. 자네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항상 기억하게.”

그 순간, 말을 다루는 것이 얼마나 큰 책임인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교수님, 정말 무거운 진리네요. 말을 신중히 다스리는 법을 더 배워야겠어요.”

교수님은 마지막으로 이렇게 당부하셨다. “그렇다네. 혀를 다스리는 것은 자네 몫이지만, 이미 던져진 말이 결국 자네를 다스릴 것이야. 그러니 함부로 말하지 말고, 한 번 말한 것에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게나. 소통은 귀로 듣고, 눈으로 말하는 것이란 걸 늘 기억하길 바라네.”

그날의 대화는 내 삶의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고, 또 삶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힘이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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