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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상처, 그리고 치유의 길

김왕식










말의 상처, 그리고 치유의 길





칼에 베인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피 흘린 자리에 흉터만 남아, 그날의 아픔을 기억으로 간직할 뿐이다. 말의 비수에 찢긴 마음의 상처는 보이지 않는 깊은 곳에 남아, 더 오래 아프다.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더 쉽게 방치되고, 잊었다고 착각한 순간에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다시 덧난다. 사람들은 이를 트라우마라 부른다.

트라우마는 결코 우리의 삶을 영원히 묶어두는 족쇄가 아니다. 상처는 우리의 삶에 고통을 남기지만, 그 고통을 바라보는 태도는 우리의 선택이다. 깊은 바다에 빠진 듯한 절망 속에서도 수면 위로 나아가는 길은 반드시 있다.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은 쉽지 않지만, 그것은 삶의 지혜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된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언제까지 이 상처 속에 갇혀 있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이미 새로운 길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상처를 극복하는 지혜는 상처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그 상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견뎌온 아픔은 우리를 더 깊고 넓은 사람으로 만든다. 마치 상처 난 나무가 그 자리에 더 단단한 결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삶은 상처로 가득할 수 있다. 그 상처는 우리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 고통은 우리를 멈춰 세우지만, 그 고통 속에서 내일을 바라보는 힘이야말로 진정한 치유다. 우리가 겪는 아픔은 결코 혼자만의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으며, 서로를 격려하며 함께 치유될 수 있다.

상처를 어루만진다는 것은 단순히 잊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아픔을 통해 더 단단한 나를 만들어가는 길이다. 상처 속에 머물지 말고, 그 상처를 디딤돌 삼아 내일로 나아가라. 그곳에는 분명히 빛이 있을 것이다. 당신의 상처는 곧 당신의 강함이 되고, 당신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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