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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김왕식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한강



거리 한기운데에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
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

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
거리거리, 골목골목으로 흘러갔는지

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
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 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
둥글게
더 둥글게
파문이 번졌을 테니까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
알 수 없었어, 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영원히 죽었어,
내 가슴에서 당신은

거리 한가운데에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
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강 작가의 시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는 인간의 고통, 상실, 그리고 회복이라는 깊은 주제를 담아내며 독자의 마음을 울린다. 이 작품은 작가가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인간이 고통 속에서도 다시 생명과 희망을 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시에서 ‘텅 빈 항아리’는 상실과 공허를 상징한다. 우리는 삶 속에서 여러 감정과 경험들로 채워졌다가도, 때로는 모든 것이 비워진 듯한 공허함을 느낀다.
작가는 그 비어 있는 상태를 단순한 결핍으로만 보지 않는다. 항아리가 텅 비어 있다는 것은 곧 무엇인가로 다시 채워질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시 속에서 눈물은 고통과 상실의 흔적이지만, 그것이 항아리를 다시 채워가는 모습은 회복과 치유를 상징한다.

화자는 거리 한가운데 서서 고독과 마주한다. 현대인의 삶에서, 특히 도시 속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정작 서로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드물다. 시 속 화자의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라는 고백은 자신만의 고통을 드러내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 장면은 인간의 내밀한 감정이 타인과 단절된 상태에서 더욱 깊이 느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고독은 단순히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화자가 자신을 재발견하고 생명을 다시 찾는 계기로 이어진다.

작품에서 항아리가 두드려질 때 울리는 검은 물소리와 파문은 고통이 단지 개인의 문제로 머물지 않고, 주변으로 퍼져 나가며 타인과 연결될 수 있음을 상징한다. 고통과 상실을 경험한 사람이 그것을 통해 더 깊은 연민과 공감을 배우는 것처럼, 항아리의 둥글고 넓은 형태는 타인을 받아들이는 넉넉함과 연결의 가능성을 암시한다.

시의 후반부에서 "내 가슴에서 당신은 죽었고, 내 가슴에서 생명은 깨어났다"는 구절은 상실과 재생이라는 인간 경험의 양면을 강렬하게 표현한다. 고통 속에서 과거의 어떤 관계나 기억이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 자리는 새로운 생명과 희망으로 채워질 수 있다. 이는 한강 작가가 늘 작품에서 강조해 온 삶의 재생력과 희망에 대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한강 작가의 문체는 간결하고 절제되었지만, 그 속에 깊은 울림이 담겨 있다. 단순한 언어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능력은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준다. 이 시에서도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와 같은 반복적인 표현은 감정의 무게를 더욱 실감 나게 한다. 한강 작가의 글은 단순히 읽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고 깊은 사색을 유도한다.

이 시는 단순히 고통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고통을 통해 어떻게 삶이 다시 시작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텅 빈 항아리’는 상실을 넘어 새로운 가능성으로 나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며, 독자로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게 만든다. 한강 작가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독특한 미적 감각이 빛나는 작품으로, 이 시는 고통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큰 위로와 영감을 준다.







한강 작가님께





작가님의 시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를 읽고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작품을 읽으며 느꼈던 감정들이 마음속에 파도처럼 번져 나가, 그 여운을 글로 옮겨 보고자 합니다.

작가님의 시 속 '텅 빈 항아리'라는 이미지는 제 마음속 깊은 곳을 울렸습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며 공허함과 슬픔을 느끼는 순간들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그 빈 공간은 단순히 상실과 결핍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시 채워질 수 있는 가능성의 자리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눈물이 고여 항아리를 채우는 모습은 고통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상징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라는 구절은 저에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때로는 모든 감정을 다 소진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우리 안에는 여전히 슬픔도, 기쁨도 남아 있다는 사실이 경이로웠습니다. 그 감정들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결국에는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시 속에서 거리 한가운데 서서 홀로 고독을 마주하는 화자의 모습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현대인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소외감이 그려졌지만, 그 고독이 단지 아픔으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내 가슴에서 당신은 죽었고, 내 가슴에서 생명은 깨어났다"는 구절은 고통을 넘어선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짧고도 강렬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저 역시 삶에서 느끼는 고통과 상실을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은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시가 아니라, 독자의 삶에 깊이 스며들어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통찰을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이나 상황들을 이토록 섬세하고 깊이 있게 표현하시는 작가님의 문학적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는 저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도 큰 위로와 깨달음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님의 글을 통해 삶의 다양한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고,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길 기대합니다. 이렇게 진심 어린 시를 세상에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글은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저희가 더 깊이 생각하고 느끼게 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히 좋은 글 많이 써주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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