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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이 부럽다

김왕식








노숙인이 부럽다





달삼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가난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왔다. 그의 부모는 소작농으로 평생을 살아왔고, 그 가난은 고스란히 대물림되어 그의 몫이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짊어진 빚은 삶의 족쇄가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가족 모두 병고에 시달려 병원비로 인한 빚은 산처럼 쌓였다.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그의 삶이었다. 경제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였고, 그의 가슴은 돌처럼 무거웠다.

세상에는 살면서 겪는 고통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달삼이에게도 그러한 순간이 있었다.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을 보며, 그는 차라리 저들의 삶이 더 나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들에게는 빚도 없고, 내일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편할까." 그는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토록 절망적인 생각을 했는지 되묻곤 했다.

그의 눈에 비친 노숙인은 방치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달삼이의 눈망울 속에서 보이는 것은 그들의 자유가 아니라 슬픔이었다. 벤치 위에 누운 그들의 초라한 모습이 아니라,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이었다. 무엇이 사람을 이토록 내몰았을까. 세상이 그들에게 어떤 아픔을 주었기에 그들은 모든 것을 포기했을까. 달삼이는 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동시에 깊은 슬픔을 느꼈다.

어느 날, 그는 길을 걷다가 한 노숙인과 눈이 마주쳤다. 낡은 담요를 두르고도 추위에 떨고 있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절망 그 자체였다. 달삼이는 자신이 느끼는 부러움이 얼마나 공허한 것인지 깨달았다. 노숙인의 삶이 부러웠던 것은 자신의 고통을 덜기 위한 도피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삶 속에도 크나큰 아픔과 절망이 있었음을, 그제야 알았다.

그러나 달삼이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작은 불씨가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이 부러워했던 노숙인의 삶에서도 작은 희망을 찾고 싶었다. 그들이 벤치에 앉아 햇살을 느끼는 순간, 낡은 기타를 치며 잠시나마 웃는 모습 속에서, 그는 삶의 작은 조각들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도 그 조각들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달삼이는 글썽이는 눈망울로 자신을 바라보며 말했다.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저들에게도 하루를 살아가는 힘이 있듯이, 나에게도 아직 남아 있는 힘이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삶이 무너졌다고 느끼면서도, 그 삶 속에서 희망의 조각을 찾아내고자 애썼다. 빚과 병고에 짓눌린 하루하루가 버겁지만, 여전히 그는 내일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달삼이는 자신의 삶을 방치할 수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위해 살아가야 한다는 작은 의지가 불타고 있었다. 노숙인을 부러워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다짐했다. "내가 이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이 고통도 지나갈 것이다."

그렇게 달삼이는 눈앞의 절망을 바라보며, 그 속에서도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었다. 슬픔이 그의 눈망울 속에 가득했지만, 그 슬픔 너머에는 여전히 삶에 대한 간절한 열망이 남아 있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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