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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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미학, 점에서 그림까지
장상철 화백
한 점 걸으니
선이요,
그 선이 사색의 길을 걸어가니 그림이다.
숲을 거닐던
점 하나가
걸음을 멈췄다.
함께하던
선도 멈췄다.
숲길을 산책하던
그림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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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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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화백의 시 '멈춤의 미학, 점에서 그림까지'는 투병 중인 자신의 상황을 내면의 깊은 사색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시는 간결한 언어 속에 삶과 예술, 존재와 소멸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아내며, 인간 존재의 덧없음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적 성찰을 섬세하게 표현한다.
"한 점 걸으니 선이요, 그 선이 사색의 길을 걸어가니 그림이다."
이 첫 구절은 예술가로서의 삶과 존재의 본질을 단순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낸다. '점'은 존재의 시작,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고, '선'은 그 존재의 흐름, 삶의 노정을 상징한다. '사색의 길'을 걷는 선이 결국 '그림'이 된다는 표현은, 인간의 삶이 결국은 하나의 예술 작품과 같다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담고 있다. 이는 화백이 병마와 싸우는 가운데서도 예술가로서의 존재 의미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숲을 거닐던 점 하나가 걸음을 멈췄다. 함께하던 선도 멈췄다. 숲길을 산책하던 그림이 멈췄다."
여기서 '숲'은 삶의 공간이자 자연, 그리고 무한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그러나 그 안에서 '점'과 '선'이 멈춘다는 것은 삶의 흐름이 중단되는 순간, 곧 죽음 혹은 존재의 소멸을 암시한다. '그림이 멈췄다'는 구절은 예술가로서의 활동뿐 아니라, 존재 자체가 정지되는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장상철 화백이 자신의 한계와 마주한 순간, 삶과 예술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시의 언어는 절제되어 있으나,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겁고 깊다. 암 투병 중이라는 개인적 상황이 시의 배경이지만, 그것을 비극적으로만 그리지 않고, 오히려 삶의 유한성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그림이 되듯이, 한 개인의 삶 역시 순간순간의 축적이 하나의 작품이 된다는 통찰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진리다.
장상철 화백의 작품세계는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에 대한 깊은 사유가 깃들어 있다. 그의 미의식은 삶의 순간들을 점과 선으로 연결해 하나의 완성된 그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드러난다. 이는 예술이 단지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것을 넘어,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탐구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이 시는 단지 화백 개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유한한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예술과 사유를 멈추지 않는 화백의 모습은, 우리에게 매 순간을 깊이 있게 살아가야 함을 일깨운다. 점 하나로 시작된 삶이 선을 그리고, 결국 하나의 그림이 되어가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존재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장상철 화백의 시 '멈춤의 미학, 점에서 그림까지'는 삶의 유한함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그 안에서 예술적 의미를 찾고자 하는 깊은 성찰이 담긴 작품이다. 이는 모든 존재가 결국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되어 간다는, 따뜻하면서도 깊이 있는 위로와도 같은 메시지로 다가온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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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철 화백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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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 끝에 머문 점 하나가 선이 되고, 그 선이 사색의 길을 걸어가 그림이 된다는 말씀을 읽고 한동안 가만히 숨을 골랐습니다. 짧지만 깊은 문장들이 가슴 깊숙이 파고들어, 한참을 멈춰 서 있었습니다.
점 하나에서 시작된 화백님의 사유가 선으로 이어지고, 그림이 되어 마침내 멈추는 순간까지의 흐름이 마치 삶의 여정 같았습니다. 저 역시 그 선 위를 따라 걸으며, 저마다의 그림을 그려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숲길을 거닐던 점 하나가 걸음을 멈췄다는 그 표현이 유난히 마음에 아리게 다가왔습니다. 어쩌면 화백님께서 병마와 싸우며 느끼셨을 삶의 무게가 그 점 하나에 고스란히 담긴 것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멈추는 순간, 그림 또한 멈춘다는 그 자연스러운 이치 속에서 화백님께서 얼마나 깊은 사색을 이어가셨을지 감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 멈춤마저도 조용히 받아들이시며, 점과 선과 그림의 이야기를 풀어내신 모습에서 오히려 묵직한 평온이 느껴졌습니다.
삶이란 결국 점에서 시작되어 선을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멈춰서는 그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점과 선을 어떻게 잇고, 어떤 색으로 채우느냐는 각자의 몫이겠지요. 화백님께서는 고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선을 그리고 계십니다. 그 선은 두려움이 아닌 담담한 수용과 깊은 사색으로 채워져 있어, 보는 이의 마음을 잔잔히 울립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때로는 고요히 멈춰 서시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예술적 울림은 오히려 더욱 크게 다가옵니다.
화백님의 점과 선, 그리고 그림이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히 아름다움에 머물지 않습니다. 그것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깊은 물음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이 멈추는 순간에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흔적, 그것이 바로 화백님의 그림이자 삶일 것입니다.
저 또한 언젠가 점에서 선을 그리고, 그림을 완성할 날이 오겠지요. 그 날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화백님께서 보여주신 담담함과 깊은 성찰을 마음에 새기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멈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멈춤에서조차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용기와 지혜를 배우고 싶습니다.
화백님, 힘겨운 시간 속에서도 자신만의 언어와 선으로 삶을 이야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점 하나에서 시작된 사유의 노정이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위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조용한 울림이 되어 마음을 두드립니다. 화백님의 걸음이 잠시 멈춘다 해도, 그 선이 그려낸 그림은 오래도록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쉴 것입니다.
오늘도 그 선 위에서 평안하시길, 그리고 그 속에서 깊은 위안을 얻으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부디 고요하고 따뜻한 나날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