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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온도, 마음의 깊이

김왕식








말의 온도, 마음의 깊이








아침 햇살이 살며시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시간, 습관처럼 TV를 켰다. 화면 속에는 익숙한 프로그램 '아침마당'이 방영되고 있었다. '쌍쌍파티' 특집으로 원로 가수 차도균 씨와 윤항기 씨가 출연해 있었다. 두 분 모두 8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강하고 생기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 한 켠이 따뜻해졌다.

윤항기 씨는 여전히 밝은 미소로 사회자의 질문에 답했다. 사회자가 건강 비법을 묻자 그는 짧지만 깊은 말을 남겼다. “나쁜 말 안 하기.” 그 한마디가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요란한 건강식품이나 특별한 운동법이 아니라,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은 '나쁜 말 안 하기'라는 말.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순간에 불필요한 말, 부정적인 말을 쉽게 내뱉고 있었을까?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따뜻한 말들이 오갔다. 마을 어귀를 지날 때면 “어디 가니?” 하고 물어봐주던 이웃,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나뭇가지로 장난치던 친구들과의 웃음소리, 부모님이 건네시던 “고생 많았다”는 따뜻한 격려. 그런 말들은 마음속 깊이 남아 오래도록 위로가 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말의 무게를 가볍게 여겼고, 서로를 향한 말들이 날카롭게 변해갔다.

윤항기 씨의 말은 그런 과거의 따뜻했던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며 나누던 소박하고 따뜻한 말들. 지금은 다소 사라져 버린 그 말들이 다시금 그리워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의 기분이나 상황을 고려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쉽게 쏟아내고, 때로는 상처를 주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윤항기 씨처럼 '나쁜 말 안 하기'를 마음에 새긴다면,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어릴 적, 할머니께서는 “남을 비방하는 말을 하고 싶을 때는 꾹 참고

삼켜 똥으로 빼내라”라고 자주 말씀하셨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에서야 그 말의 깊은 뜻이 마음에 와닿는다. 좋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밝히고, 힘겨운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것을. 반대로, 사소한 말 한마디가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것을.

윤항기 씨의 건강 비법은 단순한 생활 습관이 아니다. 그것은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삶의 태도였다.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곧 긍정적인 마음을 갖기 위한 노력이다. 좋은 말은 긍정적인 생각에서 나오고, 긍정적인 생각은 건강한 삶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바로 그가 오랜 세월 동안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유일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작은 실천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루에 한 번이라도 따뜻한 말을 건네기. 가까운 가족에게, 오랜 친구에게, 혹은 스쳐 지나가는 이웃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말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우리의 삶도 조금은 더 부드럽고 따뜻해질 것이다.

아침의 한 장면이 이렇게 큰 울림을 줄 줄은 몰랐다. '나쁜 말 안 하기'라는 그 짧은 한마디가 오래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앞으로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이제는 나 또한 윤항기 씨처럼 따뜻한 마음과 말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 한마디를 마음에 새기며, 오늘도 좋은 말 한마디를 건네는 하루를 살아가고자 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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