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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길, 삶의 끝자락에서

김왕식










마음의 길, 삶의 끝자락에서



장상철 화백





마음길은
온기롭게
평안함을 향해도,
몸의 변화는
생각의 기준과는
다른 상황에서
변화하고
확장되어
갈 것이다.
남아 있는 시간은
생로병사 중
노화와 병듦과
죽음의 영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균형을
받아들이고
순응하고
맞이하는 것이
진정한
수행이며,
깨닮음이며
마무리의 모습이어야 한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장상철 화백의 글은 생의 마지막을 앞두고 삶과 죽음, 변화와 수용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그는 육체의 변화와 정신의 기준이 다르게 흘러가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이면서도, 이를 온기와 평안으로 맞이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이러한 자세는 작가가 평생 탐구해 온 삶의 가치와 미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장 화백은 ‘마음길’이라는 표현을 통해 정신적 수양과 내면의 평화를 향한 여정을 강조한다. 그러나 ‘몸의 변화’는 정신과 다른 방향에서 확장되고 변화한다고 서술하며, 인간 존재의 이중성을 인식한다. 이는 그가 예술가로서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이상 사이의 긴장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특히 “남아 있는 시간은 생로병사 중 노화와 병듦과 죽음의 영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구절은 죽음이 가까운 시점에서도 이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맞이하겠다는 깊은 깨달음의 표현이다. 작가는 이러한 수용과 순응을 '진정한 수행'이자 '깨달음'이라고 명명하며,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마무리 짓고자 한다.

장상철 화백의 작품 세계 역시 이러한 철학이 깊게 배어 있다. 그의 작품은 자연의 섭리를 담담하게 포착하고, 일상 속의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미의식을 드러낸다. 생의 마지막에도 삶의 본질과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그의 태도는, 작품 속에서 드러난 자연친화적이고 조화로운 미적 감각과 일맥상통한다.

결국 장 화백의 이 글은 예술가로서, 또 한 인간으로서 삶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마지막까지 치열하게 성찰하며, 온전한 평안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는 그의 예술 철학과 인생관이 완벽하게 일치함을 증명하며, 남겨진 작품들 또한 이러한 깊은 가치와 아름다움을 담아낸 결과물임을 짐작게 한다.





상철아,





새벽녘, 너의 글을 읽고 한동안 숨이 막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앞이 흐려지고 가슴이 무겁게 내려앉아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이렇게나 황망하고 믿기지 않는 소식을 글로 마주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네가 전한 글에는 말로 다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깨달음과 담담함이 담겨 있었다. 육신의 고통과 변화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지키려는 너의 모습에, 나는 너무나도 벅찬 감동을 느꼈다. 어떻게 그런 담담한 어조로,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것처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마주할 수 있었을까. 너의 글 한 줄 한 줄에서 삶을 깊이 꿰뚫어 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고요한 통찰이 느껴졌다.

너는 늘 그랬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는 삶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끝없이 대화를 나누었고, 너는 언제나 더 깊고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네가 그린 그림 속에는 단순한 색과 형태를 넘어선 삶의 진리가 담겨 있었고, 그 안에서 나는 수없이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그런 네가 이제 남아 있는 시간을 조용히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죽음조차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품고자 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존경심을 느낀다.

상철아. 그럼에도 나는 이 현실을 선뜻 받아들일 수가 없다. 너의 깊은 깨달음과 평온함 앞에서도, 나는 아직도 친구로서 너무나 괴롭고 두렵다.
너 없는 세상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아직도 함께 해야 할 이야기가 많고, 그동안 못다 한 시간들이 너무나 많지 않니.

나는 간절히 바란다. 신이 반드시 너의 손을 잡아주기를, 기적이 일어나 네가 다시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말이야. 과학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 바로 너에게 일어나기를 온 마음 다해 기도한다.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감탄했던 자연의 이치 속에서, 또 네가 그려낸 그림 속에서 느껴지던 생명의 힘이 이번에는 너에게로 향하기를 바란다.

네가 말했던 ‘진정한 수행’과 ‘깨달음’이 삶의 마무리로만 끝나지 않기를, 오히려 그것이 다시 삶으로 연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네가 그토록 아끼던 붓을 다시 손에 쥐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삶의 진리를 더욱 깊이 담아내는 날이 오기를 기도한다.

상철아, 나는 네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인지 잘 안다. 너의 그림처럼 한 획 한 획 묵묵히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네가, 이번에도 스스로를 믿고 병마와 싸워 나갈 것이라 믿는다. 너의 고통과 두려움이 얼마나 클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 줘. 네가 버티고 견디는 모든 순간이 기적을 향한 작은 발걸음이 될 거야.

너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은 나 혼자만이 아니다. 네가 사랑하고 네게 힘이 되어준 수많은 사람들이 네 곁에서 함께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가 보내는 이 마음들이 너에게 닿아, 따스한 온기와 힘이 되기를 바란다.

부디, 부디 돌아와 줘. 다시 네 목소리를 듣고, 네가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 너와 함께했던 모든 시간이 소중했고, 앞으로도 그런 시간을 더 이어가고 싶다.

상철아, 나의 간절한 바람이, 우리의 기도가 너에게 닿기를 바란다. 기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네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오는 그날을 기다리며, 언제나 너를 위해 기도하겠다.

힘내라, 내 소중한 친구, 장 화백이여



2025, 1, 16, 목, 새벽, 04시 20분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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