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an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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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랬구나
내 카톡 상태 메시지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 수 있다"
예전에는 누군가 내게 섭섭하게 굴거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을 때,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었다.
"왜 그랬을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그 이유를 알고 싶어서 계속 생각하고, 직접 물어보기도 했다. 그렇게 원인을 규명하고 싶었다. 돌아오는 건 언제나 불편한 공기, 어색한 분위기,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불협화음뿐이었다.
알고 보면, 상대방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순간의 감정, 복잡한 상황,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걸 뒤로하고 내 입장에서만 생각했다. 상대가 왜 그랬는지 이해하기보다는 내 감정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마음은 더 답답했고, 관계는 더 멀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그랬구나." 아, 그래서 그랬구나.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내가 몰랐던 힘든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단순히 기분이 안 좋았을 수도 있겠다.
"그럴 수 있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수도 있고, 감정이 앞설 수도 있지.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다.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그래서 그랬구나" 하고 넘기면 된다. "그럴 수 있지" 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그 한마디가 관계를 지키고, 내 마음을 지킨다.
사실, 나도 누군가에게 섭섭하게 한 적이 있었을 것이다. 내가 왜 그랬는지, 상대방이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때 상대도 나를 이해하지 못했겠지만, 그래도 관계가 이어졌던 건 어쩌면 "그럴 수 있지" 하고 넘겨준 덕분이었을지 모른다.
이제는 상대방을 이해하려 애쓰기보다, 그저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게 나를 위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꼭 모든 걸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굳이 따지지 않아도 괜찮다. 상대방을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내 마음이 편안하고 싶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그래서 그랬구나."
"그럴 수 있다."
그렇게 한 번쯤 말하고 넘어간다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으니까.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