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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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필 남의 트럭 바퀴에
김왕식
세상을 살다 보면 우스꽝스러움과 아이러니가 공존하는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의 사소한 행동들이 만들어내는 뜻밖의 광경은 우리를 웃게 하거나 때로는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특히 고속도로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수많은 일들은 작지만 강렬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고속도로 휴게소 인근, 갓길에는 종종 자동차들이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차량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멈추어 있지만, 그 주변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적이면서도 때로는 황당한 행동들이 펼쳐진다. 흡연을 하거나 스트레칭을 하며 몸을 푸는 사람들, 급한 생리현상을 해결하려는 사람들 등 갓길은 단순한 정차 공간이 아니라 삶의 단면들이 엉켜 있는 장소다.
이날 갓길에서 벌어진 사건은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한 갓길에 멈춘 승용차에서 급하게 내린 한 남자가 있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그에게는 긴박함이 묻어났다. 자연의 부름을 견디지 못한 듯, 그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마침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대형 트럭의 바퀴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선택은 신속하면서도 대담했다. 자신의 차량이 아닌 남의 트럭 바퀴를 선택한 것은 분명 주변 사람들에게 의문을 안겨주었으나, 당시 그의 머릿속은 온통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 넘기자.”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가 마음의 안식을 찾던 바로 그 순간, 트럭의 시동이 걸렸다. 거대한 트럭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 순간부터 믿기 어려운 장면이 펼쳐졌다.
트럭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그는 당황한 나머지 트럭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마치 소가 오줌을 싸며 걷는 것처럼,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트럭을 향해 뛰어갔다. 주변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이들은 처음에는 황당함에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한 사람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아니, 왜 자기 차를 놔두고 남의 차바퀴에다 오줌을 싸는 거야?”
이 상황은 단순한 실수이자 인간적 본능이 만들어낸 코미디에 가까웠다. 이 장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우리의 삶이 가진 아이러니와 비극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인간은 늘 자신이 선택한 행동의 결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현실은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가득하다. 그는 아마 트럭이 움직일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저 '안전하게 해결하고 돌아가자'는 단순한 계획만 있었을 뿐이다.
현실은 그가 설계한 시나리오를 비웃듯, 그를 트럭을 뒤쫓게 만들었다.
또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 사건은 현대인의 삶과 연결 지을 수도 있다. 우리는 종종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편리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그 해결책이 반드시 옳은 선택은 아니다. 남의 트럭 바퀴를 선택한 그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그를 더 큰 곤경에 빠뜨렸듯, 우리의 작은 선택 하나가 뜻하지 않은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고속도로 위 짧은 순간 동안 벌어진 해프닝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몇 가지 교훈을 던져준다.
순간적인 판단이 모든 결과를 좌우할 수 있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실수를 했더라도 그것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웃음으로 끝났다.
트럭은 멀리 떠났고, 그는 황망한 표정으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상황을 기억할 것이다. 누군가는 그를 비웃고, 누군가는 그에게 공감하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삶과 연결 지을 것이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이 해프닝은 우리에게 작은 유머와 동시에 삶의 복잡한 단면들을 보여주었다. 갓길에서 벌어진 이 장면은 우리에게 삶의 작은 아이러니를 이해하는 마음과 이를 즐길 수 있는 여유를 선사했다. 삶은 때로는 이런 예기치 못한 순간들로 가득 차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웃어넘길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ㅡ
돌아오는
내내
마음 한 켠
걱정이 된다.
그 사내
바지와 구두에 흘린 소변은
어떻게 말린담!
그의 어정쩡한 모습보다
별 걱정 다하는
내 자신이
더 우습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