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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의 추억 ㅡ 청민 박철언 시인

김왕식








설날의 추억



시인 청민 박철언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처럼
소복하게 담긴 설날 이야기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기억 뒤편으로 사라질 수 없는 정경들

그 시절 6형제의 설맞이
왁자한 듯해도 두근거리는 설렘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양말과 옷은 제각각 설빔으로 준비해 주신 어머니의 마음 한가득
강추위에 두루 세배 다니며
새긴 덕담과 함께 세뱃돈 세던 재미 멋진 미래 꿈꾸던 결의에 찬
그 시절
우리들의 꿈도 함께 영글어 갔는가

설날 맞아 해마다 쌓아둔
설빔과 복돈과 덕담
그 속에 오간 따뜻한 인정 덕분에 오늘의 내가 새로운 설날을 맞는 건 아닐까
소복한 눈처럼 정겨웠던 그 시절이 그립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민 박철언 시인의 '설날의 추억'은 어린 시절의 명절을 회상하며,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지워지지 않는 정겨운 기억과 가족애를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설날의 풍경을 단순한 회고에 그치지 않고, 삶의 가치와 현재의 자아 형성까지 확장하며 풀어낸다.

박철언 시인은 가족 간의 따뜻한 정과 삶의 본질적 가치를 시적 언어로 표현해 왔다. 이 시에서도 그의 철학이 뚜렷하다. 설날이라는 전통적인 명절을 단순한 문화적 의례가 아닌, 인간관계의 본질과 성장의 과정으로 바라본다. 6형제가 함께했던 명절의 소란스러움 속에서도 설렘이 깃들어 있음을 강조하며,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이 삶의 근간이 됨을 보여준다.

또한, 설빔과 세뱃돈, 덕담 같은 전통적 요소들이 단순한 물질적 기억이 아니라, 가족 간의 사랑과 배려의 흔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인은 강조한다. 그 결과, 오늘의 ‘나’는 과거의 따뜻한 기억들로 인해 존재하며, 삶의 근원이 ‘정(情)’에 있다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청민 시인의 시는 유려한 서정성과 담백한 언어미가 돋보인다. 소복하게 쌓인 하얀 눈과 소복하게 담긴 설날 이야기라는 첫 연의 반복 구조는 시의 정서를 더욱 부드럽게 만들며, 자연스럽게 독자를 시인의 기억 속으로 이끈다. 설날의 정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사소한 물질적 요소들(설빔, 세뱃돈 등)이 감정을 환기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특히, “그 시절 우리들의 꿈도 함께 영글어 갔는가”라는 구절에서, 단순한 회상이 아닌 성찰의 깊이를 더하는 점이 인상적이다. 이는 박철언 시인의 시세계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과거를 단순히 감상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현재와 연결시키는 미의식이 돋보인다. 마지막 연에서 소복한 눈처럼 정겨웠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마무리하는 방식도 시인의 감성적 균형을 보여준다.

청민 시인의 '설날의 추억'은 단순한 개인적 기억을 넘어, 공동체적 경험으로 확장되는 시적 특징을 지닌다. 특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따뜻한 정서로 풀어내면서도 현재의 자신을 되돌아보는 방식이 돋보인다. 박철언 시인의 삶과 작품 속에서 강조되는 인간관계의 따뜻함, 삶의 본질에 대한 탐구, 단순하고 진솔한 언어미가 이 시에서도 잘 드러난다.

'설날의 추억'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정’의 가치와 기억이 만들어내는 현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시다. 이는 청민 박철언 시인의 미의식과 삶의 철학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며,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선물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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