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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배의 지혜

김왕식









빈 배의 지혜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뜻하지 않은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를 마주하게 된다. 사람들은 종종 행운이 찾아오면 자신의 능력 덕분이라 여기고, 불운이 닥치면 세상이 불공평하다며 원망하기도 한다. 모든 일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닥치는 길흉화복吉凶禍福역시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인생의 흐름을 받아들여야 할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태도는 ‘비움’이다. ‘아무리 심한 풍랑이라도 텅 비어 있는 배를 뒤집지는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가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을 때 삶은 더욱 평온해진다.
사람들은 흔히 가득 채우려 한다. 지식이든, 부든, 명예든, 사랑이든 무엇인가를 더 얻고자 애쓴다. 물론 노력하는 과정 자체는 가치 있는 일이지만, 지나친 욕심이 오히려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우리는 그것을 잃을까 두려워한다. 부유한 사람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불안에 시달리고,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은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심초사한다.
반면, 비운 마음은 흔들리지 않는다. 욕심이 없으면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비움은 포기가 아니다. 오히려 더 깊고 넓은 자유를 얻는 길이다.

바닷가에 가면 떠밀려온 빈 조개껍데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처음에는 바다에 사는 누군가의 집이었겠지만, 이제는 비워진 채 해안가를 떠돈다.
그 조개껍데기는 다른 생명에게 또 하나의 보금자리가 된다. 작은 게가 그 안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바닷물에 닳아 부드러운 모래가 되기도 한다. 비움은 곧 새로운 쓰임을 만든다.
빈 배도 마찬가지다. 그저 비어 있기에 바람에 떠밀리지 않고, 파도에 쉽게 뒤집히지 않는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사람들은 좌절한다.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 자신을 돌아볼 기회일 수 있다. 무엇이든 채우려 하기보다 비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욕심을 비우고, 불필요한 걱정을 덜어내고, 억지로 쥐고 있던 것을 놓아보자. 그렇게 가벼워질 때 비로소 세상을 바르게 바라볼 수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어떤 일이든 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아무리 계획을 철저히 세운다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유를 찾아내려 애쓰기보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다. 때로는 삶이 우리를 흔들고, 고난이 닥쳐올지라도 텅 빈 배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면 된다. 가득 찬 배는 무게 때문에 쉽게 뒤집히지만, 비운 배는 오히려 바람을 타고 멀리 나아갈 수 있다.

풍랑 앞에서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마음을 비워보자. 비움이야말로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지혜이며, 어떠한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한 힘이 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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