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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 ㅡ 시인 청강 허태기

김왕식







잡초




시인 청강 허태기





바람 부는 날이면
흙먼지 막아 주고
비 오는 날이면
흙모래 지켜 준다

야물진 뿌리는
흙을 뒤집어 주고
꽃과 열매를
튼실하게 도운다

쓸모없는 잡초라
홀대하지 마라
사막의 잡초는
꽃보다 소중하다

음지의 삶을 사는
빛의 그림자
농부의 손 담금질하는
땅에 흘린 신의 낙서.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강 허태기 시인의 '잡초'는 일상 속 흔히 지나치기 쉬운 존재인 '잡초'를 통해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잡초를 그저 식물이 아닌, 자연의 순환과 생명의 지속에 기여하는 존재로 바라본다.
이러한 시선은 허태기 시인의 삶의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그는 사소한 것들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며, 겉으로 드러난 가치보다 내면의 본질을 중요시하는 태도를 지닌다.
또한 시 '잡초'는 겉으로는 보잘것없어 보이는 존재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통해 삶의 본질과 가치를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시인은 잡초라는 소재를 통해 흔히 무가치하게 여겨지는 존재들, 나아가 사회 속에서 소외되거나 열등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흙먼지 막아 주고 / 비 오는 날이면 흙모래 지켜 준다”에서는 잡초의 보호적 역할을 강조한다. 이 구절은 잡초가 자연의 일부로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사회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사람들의 존재와 겹쳐진다. 시인은 이러한 평범한 존재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그들이 결코 쓸모없는 존재가 아님을 강조한다.

“야물진 뿌리는 흙을 뒤집어 주고 / 꽃과 열매를 튼실하게 도운다”에서는 잡초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 이면의 기여를 나타낸다. 이 구절은 잡초의 강한 뿌리가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다른 생명체의 성장을 돕는다는 사실을 시적으로 표현한다.
이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노력과 헌신이 결국 주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쓸모없는 잡초라 홀대하지 마라 / 사막의 잡초는 꽃보다 소중하다”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반박이 담겨 있다. 이 구절은 외형적 가치나 사회적 기준으로 존재를 평가하는 시선을 비판한다.
특히 ‘사막의 잡초’는 극한의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존재 자체로 소중함을 지닌다. 이는 힘든 삶의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구절로 읽힌다.

“음지의 삶을 사는 빛의 그림자”라는 구절에서는 잡초를 존재론적 관점에서 해석한다. 이는 잡초가 빛을 받지 못하는 그늘진 곳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존재임을 상징하며,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살아가는 이들과 연결된다.

“농부의 손 담금질하는 땅에 흘린 신의 낙서”는 잡초를 우연히 피어난 존재가 아닌, 신의 섭리와 자연의 일부로 바라보는 시인의 철학을 담고 있다. 이는 인간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는 보편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허태기 시인은 사소한 것들의 가치를 깊이 들여다보며, 그것들이 지닌 본질적 아름다움을 시어로 조탁하는 섬세함을 지녔다.
그의 시에는 사물 하나, 존재 하나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삶의 본질과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잡초는 열등감에 빠진 사람뿐 아니라, 자신을 하찮게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존재의 가치를 일깨우는 따뜻한 격려의 메시지다.
요컨대, 청강 시인의 작품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니며, 그 미의식은 자연과 인간, 삶과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데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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