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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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를 달리는 자연인, 최호 안길근
서부 영화의 황량한 사막을 질주하는 무법자처럼, 최호 안길근은 트럭의 핸들을 잡고 한국의 대지를 가로지른다.
근사한 중절모를 비스듬히 눌러쓰고, 빈티지 미국 밀리터리 룩에 청바지와 군화를 갖췄다. 그의 모습은 마치 할리우드 영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선글라스 너머로 번뜩이는 눈빛은 삶의 무게를 가볍게 비웃기라도 하듯, 휘파람을 불며 도로 위를 유유히 달린다.
이 무법자는 총 대신 따뜻한 마음을 품고, 황야 대신 사람들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길을 선택했다.
트럭 운전은 고된 일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도로 위에서 고독과 피로가 친구처럼 따라붙는다. 안길근은 그 고된 일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다. 그는 삶의 무게에 짓눌리기보다는,
그 무게를 스스로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형편이 아무리 어려워도, 만나는 이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그의 습관은 그저 호의가 아니다.
그는 늘 말한다.
"돈은 쓰는 것만이 내 돈이다."
이 말은 그의 삶을 관통하는 신념이며, 과장이 아닌 실천의 언어다. 그의 친구들 중 그의 밥을 먹지 않은 이는 거의 없고, 그 따뜻한 손길은 낯선 이들에게도 아낌없이 뻗어간다.
그의 선행은 주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친다. 밥을 사는 것을 넘어, 독거노인을 돕고, 삶의 구석구석에서 따뜻한 손길을 전한다. 그는 사람들과 함께할 때 가장 빛나는 존재다. 그의 본질은 자연 속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진정한 '자연인'이다. MBN의 '나는 자연인이다' 544회에 출연하며 전 국민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그는, 이제 깊은 산골 장심리에 자리 잡고 '청람루'를 짓고 있다. 청람루는 단순한 거처가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하나 되는 공간이며, 그의 삶의 철학을 고스란히 담아낸 상징이다.
안길근의 삶은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전형이다. 그는 물질의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를 택했고, 세속의 욕망보다는 자연의 순리를 따랐다. 트럭 운전사로서의 삶과 자연인으로서의 삶, 두 가지 길을 오가며 그는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탐구했다. 그의 삶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삶만이 아니라, 자유와 여유를 찾아가는 순례였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호기심과 각별한 애정을 품는다. 그의 자유로운 영혼, 따뜻한 마음, 그리고 남다른 삶의 태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는 삶의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서도, 그 무게에 짓눌리지 않는 법을 아는 사람이다. 트럭의 무거운 짐을 실어 나르면서도, 마음속 짐은 가볍게 던져버리는 법을 아는 것이다.
안최호의 삶은 하나의 문학이다. 그의 노정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지며, 도로 위를 달리는 트럭의 소음 속에서도 삶의 깊은 울림을 전한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보여주며,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그의 트럭은 오늘도 도로 위를 달린다. 휘파람 소리와 함께, 삶의 무게를 실은 트럭은 사람들의 마음을 스쳐 지나간다. 깊은 산골 장심리의 청람루에서는 자연과 함께하는 그의 하루가 조용히 이어진다.
최호 안길근은 그저 트럭 운전만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황야를 달리는 자유인,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사는 진정한 자연인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