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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 선생과 어린이, 그리고 파리

김왕식







파리


*이현우






엄마, 엄마,
내가 파릴 잡을라 항께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



*이현우
경북 봉화 삼동 국민학교 1학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이오덕 선생은 아동문학가이자 교육자로
한평생 아이들과 동화적 삶을 살아왔다.
이 글은 이오덕 선생의 작품집에 실린
여덟 살 이현우 어린이의 작품이다.
시 '파리'는 단 세 줄로 어린이 특유의 순수함과 상상력을 담아냈다.

"엄마, 엄마,
내가 파릴 잡을라 항께
파리가 자꾸 빌고 있어"라는 구절은 아이의 순진한 세계관과 생명에 대한 무의식적인 존중을 담고 있다.
파리를 잡으려는 아이의 행동은 일상적인 모습이지만, 여기서 '파리가 자꾸 빌고 있다'는 표현은 현실을 넘어 상상력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이 짧은 문장은 아이의 눈을 통해 본 세계가 얼마나 풍부하고 다층적인지를 보여준다.

이 시가 이오덕 선생의 작품집에 실렸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오덕 선생은 한평생 아동문학과 교육에 헌신하며, 아이들의 순수한 언어와 사고를 지키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그는 아이들이 가진 자연스러운 표현을 억지로 교정하지 않고, 그들의 세계관을 존중하며 기록하는 데 집중했다.
파리와 같은 시는 바로 이러한 이오덕 선생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예다. 어른들은 놓치기 쉬운 아이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순수한 감정과 상상력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현우 어린이의 시는 기성 작가들조차도 감탄하게 만든다. 간결한 문장 속에 담긴 생생한 이미지와 유머는 많은 글쓴이들이 오랜 시간 동안 갈고닦아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다.
특히 '파리가 자꾸 빌고 있다'는 표현은 사실 묘사를 넘어, 생명에 대한 동정심이나 유머러스한 상상력까지 담아내며 독자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이 작품은 언어의 미묘한 힘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의 본질이란 얼마나 진실에서 비롯될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결국, 이 짧은 시는 아동의 표현을 넘어,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을 건드린다. '잡힐 위기에 처한 파리'라는 작은 생명에게조차 자비를 베푸는 상상력은,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함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모든 것을 읽고 난 뒤, 문득 떠오른다. 혹시,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누군가의 손끝에서 '빌고' 있는 존재는 아닐까? 이현우 어린이의 시는 이렇게 짧지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순간,
이오덕 선생의 책을
펼치고 싶다.

선생은

어떤 아이와
동화적 삶을 살아왔는지
보고 싶기에.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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