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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위의 봄

김왕식







눈길 위의 봄





밤새 쌓인 눈,
세상은 하얀 숨결로 덮였다.
고요한 새벽,
나무들도 숨을 죽인 채
겨울 이불속에 잠든다.

바위 틈새,
노오란 복수초 위로
소복이 내려앉은 눈송이,
작은 꽃 위에 얹힌
흰 왕관 하나,
봄을 기다리는 자리.

긴 겨울을 견딘
강아지 한 마리,
조심스레 찍어낸 발자국이
눈밭을 수놓으며
잠든 세상을 깨운다.

발끝에 스미는
차가운 기운마저
오늘은 따뜻하다.
눈부신 세상 속,
뛰는 마음도 호사롭다.

눈 녹으면
왕관도 사라지겠지만,
이 순간의 숨결은
봄을 품은 채
조용히 흩날린다.



—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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