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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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최호, 자연의 숨결을 품은 사나이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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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최호, 그는 진정한 자연이다. 대자연이 숨 쉬는 그곳, 바람과 물, 나무와 하늘이 어우러지는 삶 속에서 그는 자연 그 자체로 살아간다. 그의 존재는 마치 온 우주의 새벽을 깨우는 첫 빛과 같다. 어둠이 물러가고 새벽이 밝아올 때, 그는 이미 하루를 시작한 지 오래다. 세상이 아직 잠든 시간, 그는 조용히 일어나 세상을 깨우는 준비를 한다. 그가 움직이는 순간, 마치 우주의 숨결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듯하다.
새벽은 그의 발걸음 따라
어둠을 걷어낸다
고요한 하늘 끝에
첫 빛이 번지고
그는 이미 먼 길을 떠난다
그는 트럭 운전사로서 한국의 곳곳을 누비며 세상을 호령한다. 도로 위를 달리는 그의 트럭은 단순한 운송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자연과 인간, 도시와 시골을 잇는 다리이며, 그의 삶을 관통하는 또 다른 자연의 일부다. 엔진의 굉음조차 그의 손길 아래선 마치 바람이 나무 사이를 스치는 소리처럼 부드럽게 들린다. 그는 차창 너머로 스쳐 지나가는 산과 들, 하늘과 구름을 눈에 담으며 길 위에서 시를 쓴다. 그의 시는 흙냄새가 나고, 바람이 머물며, 별빛이 스며든다.
자연인으로서의 그의 삶은 소박하지만 그 안에 담긴 철학은 깊다. 그는 텃밭을 일군다. 손끝으로 흙을 만지며 땅의 온기를 느끼고, 돌틈에서 피어나는 작은 새싹을 보듬는다. 그에게 새싹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의 신비, 자연의 순환, 그리고 삶의 기쁨을 상징한다. 그는 새싹과 속삭인다. 그들의 여린 숨결에 귀 기울이며 대화하고, 사랑을 나눈다. 새싹 하나에도 생명의 위대함을 느끼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돌틈 사이
머리 내민 새싹 하나
그 앞에 무릎 꿇는다
작디작은 숨결 속
내가 있다, 네가 있다
그동안 새벽을 지켜온 수탉조차 안 최호를 두려워한다. 새벽을 깨우는 일이 수탉의 몫이라면, 안 최호는 새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어둠은 물러나고,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다. 그는 자연의 일부분으로, 자연의 리듬에 따라 살아간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잠든다.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밝은 빛이 머문다.
그는 자연의 음성에 귀 기울인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소리, 빗방울이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새들의 지저귐, 그리고 풀벌레의 노랫소리까지. 모든 소리가 그에게는 하나의 시, 하나의 노래다. 그는 눈으로만 자연을 바라보지 않는다. 귀로 듣고, 손으로 만지고, 마음으로 느낀다. 바람 소리조차 그의 마음속에선 하나의 풍경으로 피어난다.
바람이 분다
잎사귀 사이를 비집고
내 마음속으로
그 소리 따라 걸어가면
어느새 나도 바람이다
안 최호는 자연을 완상하는 진정한 자연인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자신을 찾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간다. 그의 삶은 화려하지 않지만, 그 소박함 속에 진정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그는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자연의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 상남자다. 그의 삶은 마치 한 편의 시와 같다. 꾸미지 않아도 아름답고, 설명하지 않아도 마음에 와닿는 그런 시.
그의 손길이 닿은 땅은 생명을 품고, 그의 발걸음이 닿은 곳은 이야기를 남긴다.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삶의 진리를 따르며. 그에게 삶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흙을 만지고, 새싹을 보듬으며, 바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이 그의 삶의 전부이자, 전부가 아닌 것이다.
안 최호. 그는 진정한 자연이다.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그의 삶은 우리 모두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그의 삶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을 찾는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