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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뛰기

김왕식








널뛰기



시인 청강 허태기






엇차~ 엿차~
힘껏 밟고 힘껏 뛰어올라라
곱게 땋은 댕기 머리
하늘 치솟고
설빔 치마 펄럭이며 힘차게 날아올라라

담 넘어 도령님 무얼 하는지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정분
나겠지
너도 보고 나도 보게
힘껏 굴려 보자

누가 누가 높이 올라
먼저 눈 맞추는지
우리 서로 호흡 맞춰
높이 날아올라 보자

담 넘어 도련님 누굴 보는지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알게
되겠지
나도 보고 너도 보게
힘껏 날아 보자.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허태기 시인은 삶의 본질을 순수한 기쁨과 조화 속에서 발견하고자 한다. 그의 시에는 전통적 소재가 자주 등장하며, 그것을 통해 인간관계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활력을 담아낸다. 널뛰기 역시 그러한 미학적 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한 작품이다. 널뛰기의 역동적인 움직임은 놀이의 차원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형성을 은유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이 시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호흡 맞추기’에 대한 강조이다. 널뛰기는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 함께해야 가능한 놀이이다. 널 위에서 서로 힘을 주고받으며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이 과정은 그저 동작이 아니라 관계의 조화를 의미한다. ‘한번 보고 두 번 보면 정분 나겠지’라는 구절은 연인의 서정을 암시하면서도, 관계란 결국 서로를 바라보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는 시인의 가치관을 보여준다.

허태기 시인의 시에는 전통적 놀이가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삶을 관통하는 본질적 태도로 형상화된다. 널을 밟고 뛰어오르는 행위는 마치 인생의 도약을 상징하는 듯하다. 그저 힘이 아니라 ‘호흡을 맞추어’ 뛰어야 한다는 점은, 인생 또한 혼자가 아니라 타인과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는 노정임을 상기시킨다.

또한, 허태기 시인의 미의식은 선명한 이미지와 감각적 표현을 통해 구현된다.

‘곱게 땋은 댕기 머리 하늘 치솟고 / 설빔 치마 펄럭이며 힘차게 날아올라라’라는 구절은 생동감 넘치는 장면을 연출하며, 시각적 아름다움과 함께 동적인 미학을 강조한다. 이는 시적 장식에 그치지 않고, 삶 자체의 역동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그의 시는 과거의 회상만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삶의 태도를 제시한다. 널뛰기의 반복적 리듬은 삶의 순환성을 상징하며, 도약과 균형을 통해 우리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누가 높이 올라 먼저 눈 맞추는지’라는 구절은 경쟁의 의미를 넘어서,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더욱 극명하게 드러낸다.

허태기 시인의 작품은 결국, 삶이란 함께 뛰고 조율하며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임을 노래한다. 이는 그의 철학적 지향과도 맞닿아 있다.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타인과의 조화를 통해 인생의 참된 기쁨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허태기 시인의 시가 지향하는 삶의 태도이며, 그의 시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미의식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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