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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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4일, 사랑과 기억이 함께하는 날
김왕식
2월 14일을 단순히 밸런타인데이로만 기억하는 것은 우리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놓치는 일이다. 초콜릿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누는 풍경은 따뜻하지만, 같은 날, 우리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가 사형 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을 함께 떠올려야 한다.
안중근 의사는 단순한 저격수가 아니었다. 그는 동양 평화론을 주장하며, 조선뿐만 아니라 아시아 전체의 독립과 평화를 위해 싸운 사상가이자 실천가였다. 일본은 그의 행동을 개인적 원한으로 몰아가려 했고, 그의 뜻을 축소하고 왜곡하는 데 힘썼다. 2월 14일이라는 날이 시간이 흐르며 밸런타인데이로만 인식되는 것은, 어쩌면 이러한 역사적 왜곡과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상업화된 기념일이 우리의 기억을 덮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밸런타인데이를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날은 필요하다. 다만, 그 사랑이 연인 간의 감정을 넘어, 민족과 조국을 위한 헌신의 의미까지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초콜릿을 건네는 손끝에, 안중근 의사가 보여준 용기와 희생이 함께 기억된다면, 그날은 더욱 뜻깊어질 것이다.
더욱이, 안중근 의사의 사형 선고일이 밸런타인데이와 같은 날임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은 우리의 역사 교육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을 드러낸다.
교과서에서 한 줄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그가 남긴 사상과 정신을 깊이 이해하고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 민족이 진정한 정체성을 확립하려면, 역사적 순간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후대에 올바르게 전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2월 14일이 올 때마다, 사랑을 나누는 동시에 우리의 역사를 함께 기억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밸런타인데이를 상업적인 기념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의 희생과 그의 이상을 떠올리며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하는 날이 되길 바란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이면, 우리 민족은 진정한 정체성을 지닌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