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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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잔
시인 最浩 안길근
긴 길 끝에서
흩날리는 바람처럼 지친 하루,
몸도 마음도 무거운 밤이다.
그러나 내 곁에
늘 함께 걸어온 친구가 있어
세상은 아직 따뜻하다.
술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마시지 않을 뿐,
오늘 밤은
달빛처럼 퍼지는 막걸리 한 잔이
그리운 마음을 적신다.
찌그러진 양은 잔,
그 안에 담긴 흰 달이
출렁이며 잔을 채운다.
새끼손가락으로 휘휘 저어
입술에 닿는 순간
지글지글 노릇한 부침개 향이 피어난다.
한 모금 넘기면
속에 가라앉았던 걱정이 녹아내리고
한 점 부침개를 나누며
세상과도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친구야,
가끔 만나는 날엔
별빛처럼 번지는 웃음 속에서
이 한 잔을 나누자.
우리의 시간, 우리의 우정,
막걸리 한 잔에 담아.
장심리 청람루에서 새벽을 깨우는 남자 最浩안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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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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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품은 길 위의 시인,
최호 안길근 작가는 자연 속에서 삶을 살아가는 모습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지만, 그는 여전히 생계를 위해 트럭을 몰고 전국을 누비는 현실 속에 있다. 그러나 그의 삶은 단순한 생업에 머물지 않는다. 길 위에서 그는 시를 쓰고, 자연과 사람을 노래하며, 자기만의 철학을 담아 삶을 예술로 승화시킨다.
그의 시 '막걸리 한 잔'은 삶의 무게를 견디는 과정에서 발견한 소중한 관계에 대한 찬가다. 하루의 고단함이 쌓이는 순간에도, 친구라는 존재는 그에게 위로가 되고 삶의 의미가 된다.
그는 때로는 가족보다도 더 깊은 정서적 유대를 친구에게서 찾는다. 이 시는 단순한 우정에 대한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세상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보여준다.
안길근 작가의 삶의 가치 철학은 자연과의 조화, 관계의 소중함, 그리고 소박한 삶의 기쁨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는 명예나 부를 좇지 않는다. 외려 일상을 살아가며 스스로를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작은 것에서 깊은 만족을 찾는 태도를 지닌다.
그의 시에서도 이러한 철학이 두드러진다. 찌그러진 작은 양은 잔은 삶의 쓰고 단맛을 담아내는 그릇이며, 친구와 함께 나누는 막걸리 한 잔은 온기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과도 같다.
또한, 작품의 미의식은 소박한 사물 속에서 삶의 본질을 포착하는 데 있다. 시인은 막걸리와 부침개, 그리고 친구와의 나눔을 통해 삶의 가치를 이야기한다.
“이 세상이 다 내 것이거늘”이라는 구절에서 보이는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는, 그저 술자리의 기쁨을 넘어 고난 속에서도 기꺼이 행복을 찾아 나서는 태도를 상징한다. 그의 시는 인생의 무게를 다루면서도 결코 무겁지 않다. 마치 자연이 그러하듯,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안최호 작가는 트럭을 몰며 전국을 다니는 삶을 살지만, 동시에 그는 시인이며, 철학자이며, 자연을 품은 자유인이다. 그의 작품은 감상적 서정시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 삶과 맞닿은 시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노래하고, 독자들은 그 시를 통해 삶의 단순한 행복을 깨닫는다.
그의 시는 결국 이런 메시지를 남긴다.
삶이 아무리 거칠어도, 한 잔의 막걸리와 한 사람의 친구가 있다면 세상은 여전히 따뜻하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잊고 사는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도 모른다.
작품에 등장한 친구처럼
나도
그에게 소중하고
멋진 친구가 되고 싶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