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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서시'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평하다 1.

김왕식






■□




서시



운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2025, 2, 16,
오늘은 윤동주 시인께서 돌아가신 지
80년이 되는 날이다.

윤동주(尹東柱, 1917~1945)는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저항 시인이자, 인간의 양심과 도덕적 가치를 끝까지 지키려 한 문인이었다. 그는 만주 북간도 용정에서 태어나 한국, 중국, 일본을 오가며 학문을 탐구했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에서 수학하며 문학적 재능을 키웠고,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그곳에서 조선 독립운동 관련 혐의로 체포되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는 생전에는 출간되지 못하고 사후에 유작으로 엮인 작품집이다. 이 시집에는 윤동주의 내면적 고뇌, 식민지 현실 속에서의 양심적 갈등, 그리고 순수한 이상이 담겨 있다. 특히 시집의 서문 격인 '서시'는 윤동주의 삶과 철학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시대적 고난 속에서도 올곧게 살아가려는 신념을 담고 있다.


□ '서시' 평석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첫 구절부터 윤동주의 가치관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도덕적 순결과 양심을 지키는 삶을 지향했으며, 이는 식민지 조선의 지식인으로서 살아가며 느낀 부끄러움과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사소한 것에서도 고통을 느끼는 예민한 감수성은 그가 얼마나 도덕적 기준이 높은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감상적 정서가 아니라, 부조리한 현실에서 오는 양심적 갈등과 도덕적 번민을 반영한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별은 윤동주가 동경한 이상이자 순수한 가치를 상징한다. 동시에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겠다는 다짐은, 시대의 아픔을 끌어안고 고통받는 존재들을 위로하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이 구절은 그의 운명적 결단을 의미한다. 독립운동가로서 싸우지는 못했지만, 그는 ‘시’라는 형태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며 내면적 저항을 실천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신념대로 살았고,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살고자 했던 다짐을 끝까지 지켰다.


□ 윤동주의 삶과 철학적 가치관

윤동주는 단순한 저항 시인이 아니라, 내면적 성찰을 통해 시대와 개인의 관계를 탐구한 문학가였다. 그의 시에는 강렬한 외침이나 직접적인 항일 의식보다는, 양심을 지키려는 고뇌와 부끄러움이 자리한다. 그에게 있어 ‘시’는 자기 고백이자 시대적 책임을 감당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비폭력적이고 순결한 저항을 실천한 시인이었다. 그의 시에서 강조되는 ‘부끄러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시대적 현실에 대한 도덕적 책임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서시'는 이러한 윤동주의 철학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그는 끝까지 양심과 도덕적 삶을 지키려 했던 시인이었다.

'서시'는 단순한 개인의 다짐을 넘어,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는 선언문과도 같다. 윤동주는 격변하는 역사 속에서 침묵과 고통 속에서도 자신을 지키려 했던 인간의 본질적 가치를 노래했다. 그는 끝까지 ‘부끄러움 없는 삶’을 원했으며, 이는 단순한 도덕적 청렴을 넘어 시대에 대한 책임감을 포함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시대의 아픔을 짊어지고 간 순결한 영혼이었다. 그의 시는 인간의 양심을 울리는 힘을 지니고 있으며, '서시'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시대를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ㅡ 청람







윤동주 시인께






오늘은 당신이 조국을 위해 희생당한 지 80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세월이 흘러도 당신의 이름은 잊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서시'에 새겨진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은 여전히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던’ 그 마음은 아직도 시대의 울림으로 남아 있습니다.

시인이시여, 당신이 걸었던 길을 생각합니다. 시대는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았고, 조국의 아픔 앞에서 당신은 끝없이 괴로워했습니다.
그러나 그 괴로움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펜을 들었고, 시를 썼습니다. 그 시들은 비탄이 아니라 기도였고, 절망이 아니라 희망이었습니다. 조국이 광명 속에 서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었습니다.

당신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묻습니다. ‘나는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고 있는가.’ 그 물음은 여전히 우리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 불편함이야말로 당신이 남긴 가장 값진 유산입니다. 우리는 시대를 바라보며 여전히 괴로워하고, 아직도 별을 노래하지 못하는 자신을 부끄러워합니다.

시인이시여, 오늘 우리는 당신을 추도하며 조용히 별을 바라봅니다. 당신이 그토록 사랑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가 있는 곳에서 평안하기를 빕니다. 그러나 당신이 남긴 시와 정신은 여기, 이 땅에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당신의 부끄러움 없는 삶을 본받아, 우리도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80년 전 그날처럼, 당신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이 당신의 시를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우리도 별을 노래하겠습니다. 별을 바라보며, 당신을 생각하겠습니다.

별 하나에 추모를 담아 올립니다.

2025년 2월 16일,

윤동주 시인의 80주기에 즈음하여
청람 김왕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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