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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 블라썸 도윤 작가의 '삼촌댁의 친구들'

김왕식








삼촌댁의 친구들




시인 이도윤





삼촌집은 시골이어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손을 놓고 삼촌집에서 풀벌레랑 잡풀 뽑기 삼촌 돕기 하다가 둥글었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면 별이 하나씩 둥둥 떠오름하여 별 세다가 잠이 들어서

핸드폰이란 전자기기 당분간 가방 속에 넣어놔도 숲 속의 친구들로 허전함을 게임 다루듯 달래질 것 같아요

시골은 냄새도 특유해서 처음 마주치는 말 못 하는 돌멩이부터 말을 붙이게 하고 하여간에 새소리도 예사롭지 않아서 친구가 많답니다.

삼촌댁에 있으면 벌레랑 풀냄새가 놀아주고 숨바꼭질도 시켜주어서 그림책을 보여주기도 한답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자연과 교감하는 따뜻한 시선



이도윤 시인은 따뜻한 감성과 섬세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중견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삶의 가치를 강조하며, 단순한 서정성을 넘어선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시 삼촌댁의 친구들 역시 이러한 미의식을 반영한다.

시인은 현대 문명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잠시 내려놓고, 자연과 직접 마주하는 경험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핸드폰을 손에서 놓고 풀벌레와 함께하며, 잡풀을 뽑고, 저녁이 되면 별을 세며 잠드는 풍경은 유년기의 시골 체험을 넘어,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는 내면의 충만함을 강조한다. 시골에서의 경험은 감각적 차원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특유한 냄새’, ‘말 못 하는 돌멩이’, ‘예사롭지 않은 새소리’ 같은 표현은 자연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대상임을 암시한다.

이 작품은 시인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을 잘 드러낸다. 그는 자연을 그저 풍경만이 아닌 살아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그것과 교감하는 경험을 통해 삶의 본질을 되새긴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긴밀한 관계 속에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숲 속의 친구들로 허전함을 게임 다루듯 달래질 것 같아요’라는 구절은 자연이 디지털 문명을 대신할 수 있는 위안을 제공한다는 시인의 믿음을 담고 있다.

이도윤 시인의 시세계는 따뜻하고 소박하며,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감성을 조화롭게 녹여낸다. 그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나아가, 그것과 대화하는 시선을 견지한다. 시 삼촌댁의 친구들은 시골 체험의 기록만이 아니라,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시인의 철학이 깃든 작품이다.
이러한 시적 태도는 현대 사회에서 잊혀가는 본질적 가치들—자연과의 조화, 감각의 회복, 순수한 교감—을 다시금 일깨운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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