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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김숲 작가의 '사랑하는 여인에게'를 청람 평하다

김왕식









사랑하는 여인에게




시인 김숲




창백한 달빛처럼
가여운 영혼을 지닌 여인이여
왜 잠을 이루지 못하나요
지아비 가는 곳 어두워질까
다칠세라 넘어질세라
소원을 비는 당신을 위해
수면에 좋은 허브차 한 잔 가득 담습니다
이 따뜻한 차를 마시고 푹 주무세요.

문으로 다가오는 저 어둠을 겁내지 마요
당신의 사랑은 천 년을 돌고 돌아
달빛을 타고 유유히 흐릅니다
창문을 부술 듯한 저 바람을 겁내지 마요
아름다운 영혼을 지닌 여인이여
당신이 잠을 이룰 때

그대가 꾸는 꿈은 고고한
사랑의 달빛이 되어 빛납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브런치스토리 작가 김숲 시인은 마음의 평정을 찾고 싶을 때, 글을 쓴다고 했다.
지금이 그 시간이다.
김숲 시인의 시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백제시대 유일한 현전 가요
'정읍사'를 연상케 한다.
시는 따뜻한 위로와 사랑의 속삭임을 담고 있다. 창백한 달빛에 비유된 여인은 가녀린 영혼을 지닌 존재로 그려지며, 시인은 그를 향한 애정과 보호의 마음을 담아 조용히 다독인다. 시 전체에 깃든 애틋한 배려는 김숲 시인의 가치 철학과 미의식을 잘 드러낸다.

김숲 시인의 시에서 중심이 되는 가치관은 ‘사랑과 위로’이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작은 배려, 예컨대 “수면에 좋은 허브차 한잔 가득 담습니다”라는 구절에서 보이듯이, 그의 시는 일상 속에서 따뜻한 손길을 전하려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준다.
또한, “지아비 가는 곳 어두워질까 / 다칠세라 넘어질세라”라는 대목에서는 사랑하는 이의 안위를 염려하는 진심이 드러나며, 이는 시인의 삶 속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자리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김숲 시인은 단순한 감성적 표현을 넘어서, 사랑이란 상대를 보호하고 안심시키는 실천적 행위임을 강조한다.

또한, 그의 시에서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평온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반복된다. “문으로 다가오는 저 어둠을 겁내지 마요”라는 문장에서 보이듯, 그는 삶의 어두운 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사랑과 위로로 극복해야 한다는 태도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은 단순한 감상적 사랑이 아니라, 실질적인 안정과 평화를 지향하는 삶의 철학으로 이어진다.

김숲 시인의 미의식은 ‘부드러운 감성의 운율’과 ‘잔잔한 위로’로 집약된다. 그의 시는 거창한 수사를 사용하기보다는 일상의 따뜻한 순간을 조용히 담아내는 특징이 있다.
특히, “달빛을 타고 유유히 흐릅니다”라는 표현처럼, 그의 시어는 자연스럽게 흐르며 정제된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그의 시는 대체로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섬세한 감정을 표현하는데, 이는 고전적 서정시의 전통과 맞닿아 있다.
“그대가 꾸는 꿈은 고고한 /
사랑의 달빛이 되어 빛납니다”라는 결말에서 보이듯, 꿈과 달빛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사랑의 영속성을 형상화하며 감각적 여운을 남긴다. 이러한 서정적 스타일은 독자로 시를 음미하고 그 안에서 위로를 찾게 만든다.

김숲 시인은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보호하고 위로하는 실천적 가치로 여긴다. 그의 시에서 사랑은 상대를 지켜주고, 두려움을 덜어주는 존재로 그려지며, 이는 그의 가치관과 깊이 연결된다. 또한, 그의 미의식은 정제된 언어 속에서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감각을 유지하는 데 있다. 달빛과 꿈, 허브차 같은 섬세한 이미지들은 사랑의 본질을 은유하며 독자에게 잔잔한 위로를 전한다.

요컨대, '사랑하는 여인에게'는 김숲 시인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미적 감각이 온전히 녹아든 작품으로, 사랑과 위로의 힘을 조용히 이야기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오롯이 전달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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