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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댓글과 답글, 문학이 되다

김왕식







음지의 댓글과 답글, 문학이 되다






어둠에 숨어 흐르는 말들이 있다. 낮은 곳에서, 익명의 그늘에서 소리 없이 피어나고 사라지는 문장들. 그것들은 때로 누군가를 위로하고, 때로는 가혹한 칼날이 되어 깊은 상처를 남긴다. 댓글과 답글, 이 시대의 새로운 언어 형식이지만, 정작 그 존재는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이 글들도 빛을 볼 때가 되었다. 반응을 넘어서 하나의 문학적 형태로 자리 잡을 수 있다면, 그 안에 담긴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더 의미 있는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다. 익명의 공간에서 던지는 짧은 한 마디가 때로는 한 편의 시보다 강렬하고, 한 편의 소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는 스치듯 남긴 글이지만, 그 속에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살아가는 태도가, 한 사람의 진심이 녹아 있다.

예컨대, 한때 혹자는 공중 화장실의 낙서를 책으로 묶어 세상에 선보였다. 낙서가 그저 장난이 아니라, 그 시대를 반영하는 인간의 욕망과 외침이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그렇다면 댓글과 답글 역시 하나의 문학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의 감정이 집약된 순간들, 누군가를 위로하기 위해 남긴 다정한 말들, 혹은 날카롭게 세상을 향해 던지는 작은 저항들이 모이면 그것도 충분히 문학이 될 수 있다.

물론, 댓글과 답글이 가진 그림자도 있다. 때로는 무책임한 비방과 혐오가 난무하고, 익명성이 폭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빛나는 말들이 있다. 한 문장으로 전해지는 온기, 지치고 힘든 날 건네는 짧은 격려, 세상에 대한 통찰이 담긴 깊은 울림.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제는 댓글과 답글도 음지를 벗어나야 한다. 그것들이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문학의 한 형태로 자리 잡을 때, 우리는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감정이 자유롭게 흐르고, 그 흐름이 하나의 문화가 된다면, 댓글과 답글도 새로운 문학이 될 수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시대의 언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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