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장준하 선생의 정신을 잇다 – 사상계 복간을 위한 뜨거운 대화
<오케이뉴스 서울 김왕식 기자>
□ 이제 너희가 그 등불을 다시 밝혀야 한다
2025년 2월 25일, 저녁 6시. 종로 2가의 작은 선술집.
오랜 세월을 견디며 한자리를 지켜온 이곳.
과거 장준하 선생이 생전에 자주 찾았던 공간이었다.
낡은 목재 테이블과 벽에 걸린 빛바랜 사진들.
은은한 불빛이 오래된 기억을 되살리듯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그곳에서 한 사내가 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는 바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이자, 전 광복회장을 지낸 장호권 선생.
그리고 이제는 사상계의 발행인으로서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복간을 준비하는 중심에 서 있다.
□
사상계는 단순한 잡지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마주 앉아 술잔을 나누며 사상계 복간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님은 늘 말씀하셨죠.
진실을 외면하지 말라고.”
잔을 천천히 기울이며 그가 말했다.
“아버님께서 강조하셨던 것은 지식인의 책무였습니다.
진실을 말하는 용기, 그리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천.
그것이야말로 사상계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그의 눈빛에는 아버지를 향한 깊은 그리움과 동시에
사상계 복간에 대한 간절한 사명감이 서려 있었다.
“사상계는 단순한 잡지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적 투쟁의 장이었어요.
당시에도 탄압이 끊이지 않았지만, 아버님은 멈추지 않으셨죠.
‘이 땅의 민주주의는 지식인의 책무로 지켜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있으셨으니까요.”
그는 한동안 잔을 바라보았다.
마치 그 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이 비치는 듯했다.
□
지금이야말로 사상계가 다시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사회는 다시 혼란에 빠졌습니다.
민주주의의 가치는 점점 희미해지고,
보수와 진보는 서로를 적으로 여기며 대화조차 잃어버렸습니다.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지금의 한국을 보며 뭐라고 하셨을까요?”
그는 잠시 침묵한 뒤, 깊은 한숨과 함께 말을 이었다.
“이념을 떠나, 우리는 다시 사상계를 복간해야 합니다.
과거의 유산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위한 지적 플랫폼을 만들어야 합니다.
사상계가 다시금 민주주의를 위한 공론장이 되고,
진정한 보수와 진보가 대화할 수 있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말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지금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할 시대적 과제였다.
“사상계는 지식인의 양심이 되어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것은 단순한 복간이 아니었다.
실천하는 지식인들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는 다짐이었다.
□
이 시대에 다시 등불이 필요합니다.
술잔이 몇 번이나 오갔을까.
우리는 한국 사회의 미래에 대해 깊은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님은 늘 **‘지식인은 행동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죠.
글로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
사상계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것은 단순한 복간이 아니라,
실천적 지식인의 르네상스가 되어야 합니다.”
선술집의 공기는 어느덧 묵직한 감동으로 차올랐다.
그 공간이 단순한 술자리가 아닌,
하나의 역사적 순간처럼 느껴졌다.
장호권 선생은 깊은 눈빛으로 말했다.
“사상계는 한 권의 잡지가 아닙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밝히는 등불이었습니다.
아버님이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신다면,
우리에게 말씀하시겠죠.
‘이제 너희가 그 등불을 다시 밝혀야 한다’고요.”
그의 마지막 한마디는 가슴 깊이 울려 퍼졌다.
“그 빛을 다시 밝혀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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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뉴스 김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