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꽁이 울음 속에 물든 밤 ㅡ정용애 작가

김왕식









맹꽁이 울음 속에 물든 밤




정용애




“야호, 야호~!”
“새로운 곳에서 전원생활을 하니, 어떤 꿈이 이루어질랑가?”

이삿짐을 가득 실은 차가 송추로 향했다. 내일을 꿈꾸며 출발한 길, 도착한 곳은 푸른 산과 맑은 공기가 반겨주는 보금자리였다.

"여보, 진짜루 여기가 우리 집이당가? 너무 좋다!"

짐을 풀기도 전, 집 주위를 두세 바퀴 돌고 앞산과 뒷산을 바라보았다. 시골의 흙냄새와 풀냄새가 코끝을 스치고, 먼 산의 푸르름을 보며 상큼한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 저절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어느새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곳에서의 새로운 삶이 꿈만 같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늦은 밤이 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함이 밀려와 스르르 눈을 감으려던 그 순간

“오매! 이게 무슨 소리여?”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가 귀를 울렸다. 비몽사몽한 채 소리의 근원을 따라가 보니, 부엌 한구석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여보, 냉장고가 고장 난 거 아녀? 이상한 소리가 난당께.”

당장이라도 반찬이 상할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남편을 급히 불러 함께 소리를 들어보니, 남편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아녀,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고, 저기 유리창 밖에서 들리는 거 같은디?”

나는 얼른 창문을 열고 귀를 기울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처음엔 낯설게만 느껴졌지만, 한참 듣고 있자니 기묘한 운율이 있었다.

그때, 남편이 무릎을 ‘탁’ 치며 외쳤다.

“아이고, 이건 맹꽁이 우는 소리여!”

"뭐라고? 맹꽁이라고?"

“그렇지! 어릴 적 논에서 자주 듣던 소린디, 참 오랜만이네.”

남편의 말에 나는 귀를 기울였다. 맹꽁이. 한 번도 직접 들어본 적 없는 울음이었다. 뚜뚜, 뚜뚜— 어쩐지 묘하게 리듬감 있는 소리였다.

"아이고, 난 또 냉장고가 고장 난 줄 알고 걱정했지 뭔가."

그제야 피식 웃음이 나왔다. 반찬 걱정에 조바심을 냈던 것이 우스웠다. 그런데 가만 듣고 있으니, 맹꽁이 울음이 이상하게 정겹게 들렸다. 시골의 밤이 들려주는 자연의 자장가 같았다.

“여보, 맹꽁이 소리 들으니 잠이 솔솔 온다.”

“그려, 자연이 불러주는 노래여.”

그렇게 우리는 나란히 누워 맹꽁이 울음을 들으며 꿈나라로 향했다.

도시에선 들을 수 없었던 소리.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곳에서, 자연은 첫날밤을 맹꽁이의 울음으로 따뜻하게 맞아주고 있었다.

이제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오늘 밤이 떠오르겠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용애 작가의 글 "맹꽁이 울음 속에 물든 밤" 은 단순한 전원생활의 기록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향한 깊은 애정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미의식은 자연 속에서의 삶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작은 것에서 기쁨을 발견하는 태도에 있다.

작품은 전원생활의 설렘으로 시작된다. "야호, 야호~!"라는 외침은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한 희망과 기대를 그대로 드러낸다. 단순히 이상적인 농촌 생활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마주하는 작은 일상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사색하게 만든다.

특히 맹꽁이 울음을 냉장고 고장으로 착각하는 장면은 정용애 작가 특유의 유머와 인간적인 따스함이 배어 있다. 도시적 감각에 익숙한 인간이 자연의 소리에 낯설어하고, 그것을 기계적 결함으로 오해하는 모습은 현대인의 삶과 자연과의 단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깨닫는 순간, 자연은 더 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라 삶을 감싸는 자장가로 다가온다.

정용애 작가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작품 전반에 걸쳐 드러낸다. 낯설고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불평하기보다는 그것을 웃음으로 승화시키고, 결국 자연의 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드는 모습에서 작가의 삶의 가치관이 엿보인다. 그는 삶을 거창하게 꾸미기보다는, 자연의 흐름 속에서 소소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또한, 작품의 미학적 특징은 일상의 작은 경험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데 있다. 정용애 작가는 특별한 사건 없이도 삶의 여운을 남기는 서술 방식을 구사하며, 독자가 스스로 감정을 따라가게 만든다. 대화체의 활용은 친근함을 더하고, 감각적인 묘사는 독자로 하여금 시골의 공기와 소리를 직접 체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결말에서 맹꽁이 소리를 들으며 잠드는 장면은 단순한 일상의 마무리가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하나 되는 순간이다. 이것은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니라, 도시에서 전원으로 삶의 방식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받아들이고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태도를 형성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요컨대, "맹꽁이 울음 속에 물든 밤" 은 단순한 농촌 생활의 기록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과 다시금 연결되는 순간을 아름답게 포착한 작품이다. 정용애 작가는 이 글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듣고, 그것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전원생활의 의미임을 조용히 이야기하고 있다. 삶을 소박하게, 그러나 깊이 받아들이는 작가의 미의식이 잘 드러난 글이다.




정용애 작가님께



귀한 글 “맹꽁이 울음 속에 물든 밤” 을 읽으며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졌습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는 설렘과 기대, 그리고 낯설지만 정겨운 자연의 소리와 마주하는 순간까지, 글을 읽는 내내 마치 제가 그곳에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작가님께서는 도시를 떠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그 순간을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 주셨습니다. 송추에 도착해 집 주위를 두세 바퀴 돌며 앞산과 뒷산을 바라보는 모습, 흙냄새와 풀냄새를 맡으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그 순간이 오롯이 전해졌습니다. 그 감동은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자연과 다시 하나 되는 인간의 본성을 깨닫는 순간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냉장고가 고장 난 줄 알았다’는 대목에서는 절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저 역시 자연의 소리와 단절된 채 살아왔기에, 맹꽁이 울음을 듣고 처음엔 낯설어하셨던 작가님의 모습이 너무나 공감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그 소리를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자장가처럼 여기는 작가님의 마음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낯선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전원생활이 주는 선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작가님의 글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데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글을 읽으며 저는 단순한 시골 생활의 기록을 넘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로와 기쁨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글의 결말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맹꽁이 울음을 들으며 잠이 들었다”는 마지막 문장은, 마치 자연이 새로운 삶의 시작을 축복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자연과 하나 되는 순간이었겠지요. 그 따뜻한 여운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작가님께서 들려주신 이 이야기는 단순한 전원생활의 에피소드가 아니라, 우리 삶이 자연과 어떻게 다시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언젠가는 자연 속에서 이런 순간을 마주할 수 있을까요? 그날이 오면, 저 역시 작가님처럼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좋은 글 써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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