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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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움을 기다리는 변덕쟁이 3월
시인 청민 박철언
봄의 전령사 봄까치꽃이 피고
잔설이 녹지 않은 바위틈의 물 흐르는 소리
따스한 햇살, 고운 바람
아늑한 흙냄새에 취하다가
불현듯 눈보라에 꽃샘추위가 닥치고,
한결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변덕쟁이 3월
강추위를 뚫고 연둣빛 새순이 돋아나고
4월의 놀라움을 기다리며
숨 쉬고 있다는 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눈물겹도록 감사하고 싶은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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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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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언 시인의 시 '놀라움을 기다리는 변덕쟁이 3월'은 제목부터 흥미롭다.
시는 계절의 변덕스러움 속에서 삶의 본질을 탐색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3월이라는 시기를 단순한 자연의 변화를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안에 내포된 삶의 변증법적 성격을 담아낸다. 변화무쌍한 날씨는 곧 인간의 삶과 닮아 있으며, 그것을 통해 존재에 대한 감사와 경이를 발견한다.
"따스한 햇살, 고운 바람"으로 시작되는 3월은 봄의 도래를 알리지만, 곧 "불현듯 눈보라에 꽃샘추위가 닥치고" 마는 변덕스러운 계절이다. 시인은 3월의 날씨를 통해 삶의 불확실성을 투영한다. 한결같을 것 같은 것들도 언제든 뒤바뀔 수 있으며, 고요함 뒤에 거센 바람이 몰아칠 수도 있다.
그 불안정함은 곧 성장의 과정이며, 변화하는 것들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적응하고 새로운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이러한 변덕스러움 속에서도 시인은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강추위를 뚫고 연듯빛 새순이 돋아나고”라는 구절에서 알 수 있듯, 혹독한 날씨 속에서도 생명은 움튼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며, 그 끝에 다가올 따스한 봄을 기대한다.
이 시의 핵심적인 정서는 "눈물겹도록 감사하고 싶은 3월"이라는 구절에 함축되어 있다. 시인은 숨 쉬고, 걷는 행위조차 경이로운 기적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통해 삶에 대한 깊은 감사와 경외감을 표현한다. 이는 청민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중요한 가치철학으로 보인다. 그의 시는 그저 자연을 노래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다.
그가 강조하는 ‘감사’의 태도는 인간이 불완전한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삶은 변덕스럽고, 때때로 가혹하지만, 그 안에서 감사를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견고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는 그의 미의식과도 연결된다. 청민 시인의 시는 아름다움을 특정한 형식미에서 찾기보다는, 변화하는 자연과 인간의 삶 속에서 발견되는 조화와 감동에서 찾는다.
'놀라움을 기다리는 변덕쟁이 3월'은 단순한 계절의 변화가 아닌, 삶의 유동성과 감사의 태도를 담은 작품이다. 박철언 시인은 자연의 섬세한 변화를 포착하며, 그 안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투영하는 미의식을 지니고 있다.
특히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 긍정적인 의미를 찾고자 하는 태도는 그의 철학적 세계관을 반영한다. 이 시는 삶을 관조하고 내면을 성찰하게 만드는 깊이를 지니고 있다.
시인은 3월의 변덕스러움을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불확실한 삶 속에서 무엇을 발견하고, 무엇을 감사할 것인가? 그리고 다가올 4월, 그 놀라움을 기다리는 마음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남기는가? 이러한 질문들이 이 시를 더욱 빛나게 만든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