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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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천국을 일군 한 여인의 이야기
청람 김왕식
함명자 선생님의 삶은 하나의 문학 작품과 같다. 가난과 고난이 그녀를 휩쓸었으나, 그녀는 거센 물살을 타고 떠밀려 가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노를 저어 가는 사람이었다. 인생의 강물 속에서 손이 얼어 텄던 어린 식모는, 결국엔 타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장례지도사가 되었다. 삶과 죽음이 그녀의 손을 거쳐 갔고, 그녀는 그 모든 순간을 천국으로 만들었다.
그녀의 유년기는 부유했다. 머슴이 있었고, 소가 있었으며, 마을 유지의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나 그 행복은 한순간이었다.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계모는 그녀를 밖으로 내몰았다. ‘계집애가 공부는 해서 뭐 하냐’는 한마디는 그녀의 삶을 뒤바꾸었다. 학교 대신 부엌으로, 교실 대신 낯선 타인의 집으로 떠밀린 열네 살 소녀는, 온 겨울 밥을 짓고 빨래를 하며 손이 트고 갈라지는 고통을 견뎠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다. 묵묵히 일하며 인정받았고, 그 노력은 1년 만에 기적 같은 기회를 불러왔다.
소녀는 휴가를 받아, 곧장 초등학교 4학년 시절의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그 순간이 그녀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선생님의 소개로 상경하여 봉제공이 되었고, 낮에는 재봉틀을 돌리고 밤에는 책을 펼쳤다. 그렇게 방통고에 입학해 배움의 끈을 이어갔다.
그러나 그녀의 인생은 그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결혼한 남편은 무능력했고, 알코올중독자였다. 가정을 책임지는 것은 그녀 혼자였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도,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온갖 궂은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인생이 그녀에게 가혹한 시련을 줄 때마다, 그녀는 그것을 삶의 연료로 삼았다. 그리고 마침내, 칠십이 다 되어 대학에 입학했다.
남들은 은퇴를 준비할 나이에 그녀는 배움의 문을 다시 두드렸다. 하지만 그녀의 배움은 단순한 자기 계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더 많은 사람을 돕기 위한 길이었다. 독거노인과 소외된 계층을 돌보며, 그녀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의미 있는 발자취를 남기고자 했다. 장례지도사가 되어,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이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일. 그것이 그녀가 선택한 길이었다.
그녀의 삶은 한 편의 서사시다. 어린 시절의 고난, 중년의 투쟁, 노년의 헌신이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이어져 있다. 그녀의 삶의 철학은 간결하고도 강렬하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타인의 삶을 밝히는 것이 곧 내 삶을 빛나게 한다.’
그녀의 문학적 미의식은 이 같은 철학에서 비롯된다. 그녀는 삶을 ‘천국’으로 만든다. 지옥과 같은 현실 속에서도, 그녀는 스스로 천국을 일군다. 삶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며,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낸다. 누군가는 불행 속에서 좌절하고, 누군가는 불행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함명자 선생님은 후자였다.
그녀의 이야기는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다. 그것은 삶을 사랑하는 법에 대한 기록이다. 삶이 던지는 모든 고난을 품고, 그것을 새로운 의미로 승화시키는 태도. 그녀가 밟아온 길은 단순한 발자국이 아니라, 뒤따라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그녀는 말한다. “내 삶의 지상의 천국이다.”
이 말속에 그녀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녀가 지나온 길을 돌아볼 때, 그것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길이지만, 그녀의 가슴에는 천국이 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운 문장은 없다.
사실
계모는 그녀의 생모였다.
엄마는 왜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