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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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운 초침, 버거운 인생
청람 김왕식
방 안 한쪽 벽에 걸린 시계가 있다.
둥근 테두리에 흰색 시계판, 그리고 그 위를 분주히 움직이는 세 개의 바늘.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빨간 초침이다. 쉼 없이 움직이며 시간의 흐름을 알리는 작은 존재.
가만히 지켜본다.
벽시계다. 정상은 아니다.
건전지가 수명이 다 되어가는지, 아니면 초침의 조임이 풀렸는지 ?
초침의 움직임이 일정하지 않다. 12시를 출발점으로 하면 초침은 오른쪽으로 부드럽게 내려온다. 마치 경사진 길을 내려가는 것처럼 아무런 걸림 없이 순탄하게 흐른다.
6시를 지나 다시 올라갈 때가 되면 초침은 갑자기 무거워진 듯 힘겹게 상승한다. 같은 원을 도는 것이지만 내려가는 것과 올라가는 것이 다르다.
그 모습이 어딘가 낯설지 않다. 인생 또한 그렇다.
사람의 삶도 이 고장난 초침과 같다.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은 마치 초침이 12시에서 6시로 내려가는 구간과 같다. 가볍고 빠르게 움직인다. 아이들은 시간의 흐름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신나게 뛰어놀며 보낼 뿐이다. 청춘도 마찬가지다. 삶이 마냥 활기차고 신나며,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다.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간다. 오히려 너무 빠르게 움직여 어른들의 눈에는 경박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때는 그것이 곧 생명력이고 활력이다.
인생은 결코 한 방향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젊음을 지나 인생이 중반에 접어들면 초침은 6시에서 다시 12시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제는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가야 할 시간이다. 삶의 무게도 점점 더해진다. 어릴 때는 별것 아니던 일들이 이제는 버겁게 느껴진다. 몸은 예전 같지 않고, 책임질 일들은 많아진다. 젊었을 때처럼 무작정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나아가야 한다.
초침이 위로 올라가는 구간에서 힘겹게 움직이듯,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젊었을 때와 똑같이 행동하려 해도 더 이상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꿈을 좇아 무작정 뛰어다니던 시절이 지나고,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시기가 온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이 들 수밖에 없다.
초침은 결국 다시 12시에 도달한다. 무거운 시간을 지나 마침내 정상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인생 또한 마찬가지다.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균형이다. 젊은 시절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갈 수도 있지만, 인생 후반부에는 속도를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너무 빨리 가려 하면 넘어질 것이고, 너무 느려지면 멈추고 싶어진다. 인생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청춘이 빠르게 지나가는 만큼, 중년 이후의 삶은 여유를 가지며 살아가야 한다. 너무 조급해하지도, 너무 쉽게 포기하지도 않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나아가야 한다.
벽시계의 초침은 멈추지 않는다. 내려가는 순간도, 올라가는 순간도 결국 같은 길 위에 있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힘들다고 해서 멈출 수는 없고, 그렇다고 무작정 빠르게 달릴 수도 없다. 중요한 것은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벽시계를 바라보며 우리는 깨닫는다. 힘든 시간이 오더라도 결국 초침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인생이 버거운 순간이 오더라도, 그 시간도 결국 지나가게 된다는 것을. 삶의 초침을 조절하는 법을 알게 된다면, 우리는 보다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