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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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이제는 대중성과 친숙함으로
청람 김왕식
클래식 음악을 들으러 가면 졸음이 쏟아진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려 해도 어느새 눈꺼풀이 감긴다. 그렇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들 클래식 음악을 ‘명곡’이라 부른다. 위대한 작곡가들의 정수가 담긴 작품들이니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곡이라 하더라도, 듣는 사람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감흥이 생기기 어렵다. 단순히 좋은 음악이라는 이유로 감동이 자동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 결국, 클래식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접근성 부족’과 ‘대중성 결여’에서 비롯된다.
과거 클래식 음악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었다. 귀족과 왕족을 위해 작곡되었고, 오페라하우스나 궁정에서 연주되곤 했다. 시간이 흐르며 점차 대중에게 확산되었지만, 여전히 클래식 음악은 ‘전문적인 감상이 필요한 음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 공연장을 찾지만, 연주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채 졸음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음악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연주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현대인들이 빠른 템포의 삶을 살아가면서 클래식 음악의 서정성과 긴 러닝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운 현실과도 맞닿아 있다. 하루 종일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길고 복잡한 곡을 집중해서 듣는 일은 쉽지 않다. 게다가 클래식 음악은 가사가 없어 직접적인 의미 전달이 어렵고, 해석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결국, 감상자의 입장에서 곡을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즐길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면, 클래식은 흥미 없는 ‘졸음 유발 음악’이 될 수밖에 없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은 전문가들만이 즐기는 영역처럼 보인다. 연주자들은 기교를 뽐내며 곡을 연주하고, 비평가들은 복잡한 음악적 구조와 해석을 논한다.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일반 대중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거리를 더욱 벌려 놓는다.
예를 들어, 유명한 교향곡이나 협주곡을 감상할 때, 음악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청중들은 곡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 음악학적 용어나 작곡 기법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클래식 음악이 난해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일반 청중도 함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을 변화시켜야 한다.
과거에도 클래식 음악이 대중성을 가진 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모차르트의 작품들은 당시 빈 시민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슈베르트의 가곡은 사람들이 함께 부를 수 있는 음악이었다. 베토벤 역시 자신의 음악이 귀족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울림을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현대 클래식 음악은 점차 ‘고급 예술’의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일반 청중과의 거리가 멀어졌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도 대중적인 요소를 더할 필요가 있다. 영화나 광고에서 클래식 음악이 자주 활용되는 이유는 친숙한 멜로디가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엄숙한 공연 형식을 벗어나 좀 더 유연한 방식으로 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야외 공연, 해설이 있는 콘서트, 짧은 곡 위주의 연주 등은 클래식 음악의 접근성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음악을 즐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재미’다. 클래식 음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청중이 곡의 흐름을 이해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어렵다고 해서 클래식 음악이 지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클래식이 주는 감동은 깊고 풍부하다. 문제는 그 감동을 청중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린이들을 위한 클래식 교육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쉽게 설명하는 콘텐츠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클래식 음악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클래식 음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짧은 곡 위주의 연주나, 유명한 멜로디를 중심으로 한 편곡도 고려할 수 있다.
현대의 클래식 음악이 나아갈 방향은 분명하다. 기존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 클래식 음악이 ‘전문가만을 위한 음악’이 아닌, ‘모두가 함께 즐기는 음악’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 공연 방식의 변화가 필수적이다. 기존의 정형화된 공연 형식을 넘어,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콘서트나 시각적 요소를 가미한 연주가 필요하다.
또한,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연주 전 해설을 곁들이거나, 청중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요소를 추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곡의 주요 멜로디를 먼저 들려주고, 이를 변주해 연주하는 방식을 통해 청중이 자연스럽게 음악을 이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클래식 음악이 대중성을 고려한다고 해서 예술성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에서 클래식의 가치는 더욱 빛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음악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현대 청중에게 맞는 방식으로 다가가는 것이다.
결국, 클래식 음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클래식 음악도 시대에 맞게 변화하고,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전문가들만의 음악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으로 자리 잡을 때다. 이를 위해 우리는 클래식 음악을 더욱 친숙하고, 재미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다면 클래식 음악은 여전히 졸음을 부르는 음악일까? 아니다. 적절한 방식으로 접근한다면, 클래식 음악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위대한 예술이다. 이제는 클래식 음악이 대중과 함께 걸어갈 때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