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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위의 문학, 밤을 달리는 작가 *안최호

김왕식




자연인, 트럭운전사 안최호






트럭 위의 문학, 밤을 달리는 작가 *안최호




청람 김왕식






거대한 트럭이 밤의 적막을 깨우며 도로 위를 달린다. 엔진 소리가 길게 울리고, 전조등이 어둠을 밀어낸다. 그는 오늘도 화물을 싣고 전국을 누빈다. 비바람을 헤치고, 눈길을 달리며, 목적지를 향해 쉼 없이 움직인다. 낮과 밤의 경계가 희미해진 생활, 피곤이 쌓여도 멈출 수 없다.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은 매일 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르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들의 배열, 희미하게 깜빡이는 가로등, 옆 차선에서 나란히 달리다 사라지는 헤드라이트의 궤적. 차 안에서 듣는 라디오는 먼 곳의 이야기를 전하고, 차창 너머의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그가 가는 길은 언제나 고독하다.

휴게소에 멈춰 선다. 얼어붙은 공기가 몸을 파고든다. 혹한 속에서도 그는 뒷좌석에 담요 한 장을 두르고 몸을 웅크린다. 불편한 잠자리지만, 그것도 익숙하다. 깊은 잠을 잘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을 감는다. 도로 위에서 온몸이 기억하는 진동이 여전히 남아 있어 쉽게 잠들 수 없다.

그러나 그 짧은 휴식 속에서도 그는 글을 쓴다. 스마트폰을 꺼내 메모장을 연다. 지나온 길 위에서 본 풍경, 스쳐 간 사람들, 그리고 하루의 피로가 묻어 있는 자신의 생각들. 단 몇 줄이라도 남기고 싶다. 그렇게라도 자신의 흔적을 기록하고 싶다.

그에게 글쓰기는 거창한 일이 아니다. 대단한 문장을 구사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저 살아 있는 동안, 자신이 본 것과 느낀 것들을 담아내고 싶다. 도로 위를 달리는 시간 동안 쌓인 삶의 조각들이 글이 되어 쏟아진다. 거친 길을 달려온 그의 문장에는 바람의 냄새와 새벽의 고요가 스며 있다.

누군가는 묻는다. 그렇게 힘든 일을 하면서도 왜 글을 쓰느냐고.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질문 자체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현실의 고단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마주한다. 생계를 위해 운전대를 잡지만, 글을 쓸 때만큼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는다.

그는 꿈꾼다. 이 길 위에서 틈틈이 적은 글을 모아, 언젠가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는 날을. 밤을 달리며 써 내려간 이야기들이 누군가의 가슴에 닿길 바란다. 그의 글이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작은 쉼표가 되길, 그리고 그 길이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트럭은 다시 출발한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도로를 달린다. 목적지는 아직 멀지만, 그는 오늘도 글을 쓸 것이다. 길 위에서, 휴게소 한편에서, 거친 삶 속에서도 문학을 품으며 달릴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의 이야기가 세상에 닿는 날이 올 것이다.

그는 브런치스토리 작가를 꿈꾸는 트럭운전사다.
그는 진정한 문학인이다.



ㅡ 청람




안최호


트럭 운전을 하며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되기 위해

부단히 글을 쓰고 있다.

MBN

자연인 프로그램 544회 '팔색조 마초 안최호'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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