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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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난파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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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시대를 타고 흐르다
음악은 시대를 반영한다.
클래식 음악과 대중가요의 차이를 이야기할 때, 단순히 장르의 차이를 넘어서 그것이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의 차이를 떠올려야 한다. 클래식 음악은 작곡가의 음악 세계가 중심이 된다. 그들은 시대의 흐름 속에서 자신만의 음악을 창조했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연주되며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반면, 대중가요는 가수의 존재가 중심이 된다. 가수의 목소리와 개성이 음악을 기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클래식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곡 그 자체다. 작곡가의 철학과 감성이 악보 위에 새겨지고, 그것을 연주자가 해석하며 관객에게 전달한다. 성악곡 역시 마찬가지다. 홍난파 작곡의 고향의 봄, 박태준의 오빠 생각, 현제명의 그 집 앞 같은 곡들은 곡 자체의 힘으로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 특정한 한 명의 가수가 이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곡이 그 사람의 것이 되지는 않는다. 음악은 여러 연주자와 성악가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다시 태어난다.
반면, 대중가요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와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된다. 나훈아의 사랑,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패티김의 이별 같은 노래들은 가수의 개성이 곡과 결합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같은 곡을 다른 가수가 불러도 원곡을 부른 가수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는다. 대중가요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곡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그 곡을 부르는 가수의 개성과 표현력이다.
이러한 차이는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나타난다. 클래식 음악은 악보를 통해 세대를 이어가며 연주되고 감상된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연주하는 쇼팽의 녹턴, 성악가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아베 마리아를 들을 때, 우리는 연주자의 개성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곡 자체다. 연주자는 곡을 해석하는 존재일 뿐, 음악의 주인은 작곡가다.
반면, 대중가요는 가수의 목소리와 무대 위에서의 존재감이 핵심이 된다. 예를 들어 나훈아의 홍시를 다른 가수가 부른다면 원곡의 느낌을 온전히 재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대중가요가 곡 자체보다도 가수의 표현력과 감성에 의해 완성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클래식과 대중가요의 경계도 점점 흐려지고 있다. 대중가요에서도 작곡가의 영향력이 커지고, 클래식 음악에서도 연주자의 개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가 왔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는 특정 가수의 목소리만이 아니라, 다양한 가수가 같은 곡을 부르는 모습을 비교하며 듣는 문화가 형성되었다. 예전에는 나훈아의 노래를 나훈아만 불렀다면, 이제는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그의 곡을 다시 부르며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요컨대, 음악은 변하지 않는 듯하면서도 시대와 함께 흐른다. 클래식 음악이든, 대중가요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것이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의 목소리도, 세대를 넘어 연주되는 명곡도 모두 같은 가치를 지닌다. 시대가 변해도 음악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