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혓바늘이?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8. 2023
식당 벽에 걸려 있는 액자 앞에 사람들이 모여 웅성 인다.
호기심에 나 또한 기웃거린다.
그것은 바로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쓴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친다'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가시'가 의미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가시가 '입 안에 생긴 트러블'이라 하고,
또 누군가는 '혓바늘'이라고 주장하며 언성을 높인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험담'과 '비난'이다.
책을 통해 지혜와 인격을 닦으면, 말의 가시는 사라진다.
가시 돋친 말은 비수보다도 날카로워
상대에게 큰 상처를 입힐 수 있다.
여기에서 또 누군가
재미있는 접근을 해서 눈길을 끌었다.
안중근 의사는 일본 대장' 이또오히로부미'를 저격했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들의 입장에서 '안중근 의사는 경계대상 1호일턴데, 어떻게 감옥에서 자유롭게 그를 쓸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충분히 그러한 생각이 들 수 있다.
항일 저항 운동을 하다가 옥에 갇힌 독립투사, 즉 유관순 열사 등만 보아도 한 평도 안 되는 독방에서 생활했다. 그것도 철저한 감사를 받아 꼼짝달싹할 수도 없었다.
여기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감옥을 지키는 일본 사람들마저 안중근 의사를 존경했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안중근 의사의 눈빛 속에서 '조국 위해 목숨까지 불사한 애국심'을 본 것이다.
그의 정신은 국경과 적대감을 초월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우리 자신들은 그의 숭고한 정신을 잊은 것 같아 자못 아쉽다.
요즘
은어ㆍ속어가 난무하는 세태 속에
안중근 의사의 액자 속 글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
'가시'의 의미로 논쟁하고 있는 저분들의 입에서도 가시 대신
향이 풍기는 따뜻한 말이었으면!